방글라데시의 조용한 어촌마을 사포르딥, 좁은 둑길을 위태롭게 걷는 이들이 있다. 이른 아침 햇살이 만들어 낸 강한 콘트라스트 조명은, 지난 밤 어둠을 뚫고 나온 행렬의 모습을 비춘다. 그 빛은 마치 이들의 앞날이 환히 빛나기를 바라는 듯 밝기만 하다. 저 멀리 실루엣으로 가늠하는 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 어둠을 지나 빛을 향해 다가서고 있다. 마실 물이 담긴 물동이를 든 어린 소녀의 눈빛이 '동심'이라고 하기엔 너무 강렬한 이유는 이들이 바로 '로힝야'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집계된 난민의 수는 무려 6천850만 명,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하는 난민들은 글로벌 최대 이슈다. 내전과 경제적인 피폐, 가혹 행위 때문에 목숨을 건 엑소더스 행렬은 전 세계에 비극적인 갈등의 씨앗이 되고 있다.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외치던 아웅산 수치가 작년 12월, '로힝야 집단 학살'로 국제법정에 선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전 세계가 강조하던 '인권'이 사라져가는 세상, 조진섭은 2014년부터 그런 난민들을 기록해 오고 있다.

프랑스 파리 사진학교 '이카르 포토'를 졸업한 조진섭은 프랑스 칼레의 아프리카 난민, 발칸반도의 아랍 난민, 독일 정착 시리아 난민 등을 취재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이다. 사람들이 그를 향해 던진 '넌 행복해서 좋겠다'는 말, 그런데 정작 그에게는 진정한 느낌이 와 닿지 않았다. 그래서 자신보다 더 불행한 이들을 만나고파 난민 작업을 시작했고, 작업의 연장선상에서 인권의 황무지 '로힝야'의 실상을 접하게 됐다.
육로는 노출이 되어 위험하기에 캄캄한 밤, 동력도 없는 배를 타고 미얀마를 넘어 방글라데시로 탈출하는 사람들. 요행히 미얀마 군인들의 경비를 피해 해안에 도착하게 되면 메디컬 테스트를 받고, 신상명세서를 작성한 후 이들은 망명자가 될 수 있다. 어두운 밤 도착한 150여 명의 사람들은 밤새 가슴 졸이는 시간을 보낸 뒤 이른 아침, 해안에서 체크 포인트까지 단 500m, 마을로 향하는 둑길을 걷는다. 그 위태로운 둑길을 걷는 행렬을 사진가 조진섭이 포착한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어 한 것도 아니다. 로힝야는 그저 다른 미얀마 사람들처럼만 살고 싶을 뿐이다. 사실 로힝야 문제는 소수민족의 학살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양곤의 무슬림들과 달리 라킨주의 무슬림은 '로힝야'라 불리며 무차별 총기 살해, 방화와 집단 성폭행, 아동 살해라는 잔혹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불평등한 삶으로 내몰리는 그들과 함께하는 일, 다큐멘터리 사진의 역할은 메신저다. 한국에도 라이베리아, 말리, 나이지리아 등 난민들이 많이 살고 있기에 최근 조진섭은 이들의 메신저 역할에 열중하고 있다. 사실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난민들의 삶은, 남의 일이 아니다. 그저 평범하게 남들과 똑같이 살아가고 싶은 마음, 그런 우리 마음과 하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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