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신천지인지 몰라"…지역사회 퍼지는 불안감

입력 2020-02-23 18:08:56 수정 2020-02-23 21:44:29

신천지 공포심리 확산…폐쇄적 종교활동에 직업, 주소 파악 어려워
시민들 외출 자체 꺼려…'신도 출입금지' 음식점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중 대구 신천지 교인이 다수 발생한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 앞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나가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중 대구 신천지 교인이 다수 발생한 남구 신천지 대구교회 앞을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지나가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신천지 대구교회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원으로 지목되면서 '신천지' 공포 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자신과 가까운 곳에서까지 알지 못했던 신천지 신도들이 속속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누가 신천지인지 모르겠다'는 각계 각층의 두려움이 커져가는 분위기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3일 오후 4시 현재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 한 대구 확진자는 255명에 달한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발생하는 추가 확진자 중 상당수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이거나, 이곳을 찾아 예배를 봤던 신도였다.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 남구 대명10동 주민센터 출입문에 신천지 신도의 출입 자제를 부탁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대구시는 31번째 환자와 함께 예배에 참석했던 1천1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결과 증상이 있다고 답한 인원이 9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신천지 대구교회 인근 남구 대명10동 주민센터 출입문에 신천지 신도의 출입 자제를 부탁하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대구시는 31번째 환자와 함께 예배에 참석했던 1천1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한 결과 증상이 있다고 답한 인원이 9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그러나 대구시와 질병관리본부가 신천지 대구교회를 통해 확보한 신도 명단에는 이름과 전화번호만 있을 뿐, 직업이나 거주지는 뚜렷하지 않아 상황 파악에 어려움이 큰 실정이다. 특히 신천지교회 특유의 폐쇄적 성향 탓에 확진자로 밝혀지기 전까지는 누가 신천지인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신천지 확진자가 대구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조치된 상수도사업본부 수성사업소와 수질연구소 등 소속 공무원 2명은 모두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역사회 감염병 대응을 총괄하는 대구시조차 소속 직원 혹은 가족이 신천지 신도임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폐쇄적인 종교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시민 A(31) 씨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 때도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신천지 신도일 수 있고, 도시철도에서 우연히 가까이 앉은 사람도 신도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서 외출 자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개신교회에서나 볼 수 있던 '신천지 출입금지' 문구를 써붙이는 음식점이나 커피숍 등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 중구 한 카페 업주 B(35)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출이 절반 넘게 줄었고, 방문한 손님들도 자리에는 앉지 않으려는 모습을 자주 본다"며 "할 수 있는 게 없어 뭐라도 해보려고 문구를 써붙였다"고 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다수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들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20일 오후 중구 동성로의 한 카페 입구에
대구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 다수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들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20일 오후 중구 동성로의 한 카페 입구에 '신천지 신도 출입금지', '코로나 무서워서 목, 금 휴가갑니다' 문구가 붙어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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