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평소와 다른 도심 풍경…웨딩홀 입구에 열감지기 비치
학교·학원도 당분간 운영 안 해 학부모 발 동동
항공사들의 잇따른 노선 중단, 대구공항은 사실상 봉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대구경북 도심의 주말 풍경을 완전히 바꿨다. 붐비던 예식장에 하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일요일이면 찬송가가 울려퍼지던 교회는 적막강산으로 변했다. 공항 운항은 사실상 중단됐고, 개학이 연기되면서 그 여파는 학원가와 가정에까지 미치고 있다.
◆ 예식 앞둔 신혼부부 '날벼락'
예식장은 날벼락을 맞은 듯 한산했다. 22일 오전 11시 30분쯤 대구 동구 한 웨딩홀은 의료기관을 연상케 할 정도로 낯선 분위기였다. 입구에는 손 소독제와 열 감지기가 비치돼 있었고, '18일 오후 1시 40분에 정밀소독을 마쳤다'고 쓴 펼침막까지 붙어 있었다. 피로연을 위한 큰 뷔페식당이 있었지만 식사를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랑과 신부, 혼주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하객은 신부 측 11명에 신랑 측 16명이 전부였다. 식장에는 6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 25개가 놓였지만 대부분 텅 비었다. 신혼부부들은 하객들에게 "이런 시국에 오시게 해 죄송하다"며 죄인이 된 듯 고개를 숙였다.
하객들은 마스크로도 모자라 장갑까지 낀 채 불안감을 호소했다. 신부 측 하객 A(84) 씨는 "가족들과 함께 오려고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무섭다고 해서 혼자 왔다. 불안해서 식사는 하지 않고 돌아갈 생각"이라고 했다.

◆ 종교시설 주말예배마저 중단
권영진 대구시장이 '종교활동을 중단해 달라'고 호소한 데 따라 지역 내 종교시설에서는 주말 예배가 모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23일 오전 대구 달서구 한 교회에는 '신천지 OUT!'과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예배를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걸린 채 적막감만 감돌았다. 오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불은 꺼져 있어 평소 일요일의 활기차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교회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에 예배를 드리지만 코로나19로 예배를 당분간 각 가정에서 드리는 것으로 대체했다. 이 교회에 다닌다는 B(42) 씨는 "일요일은 아침 8시부터 저녁까지 예배가 이어지기 때문에 항상 주차장이 꽉 차있었는데 오늘은 차도 없고 사람도 찾아볼 수 없어 어색하다"고 말했다.
상당수 교회는 주일 예배를 온라인 생중계해 교인들이 각 가정에서 온라인을 통해 예배를 드리도록 했다.

◆ 대구공항 사실상 '봉쇄'
22일 오후 찾은 대구공항 대합실은 텅 비었고, 마스크를 쓴 직원 몇 명만 오가는 모습이었다. 한때 발 디딜 틈조차 찾기 어려울만큼 북적거렸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여행 심리가 크게 위축된데다 항공사들이 노선을 속속 철수하면서 이용객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대구에서 가장 많은 노선을 운항하던 티웨이항공은 대구발 국제선 운항을 다음달 28일까지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대한항공도 제주~대구 노선 8편을 23, 24일 이틀 동안 중단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5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대구행 노선을 아예 운항하지 않기로 했고, 제주항공도 24~29일 제주~대구 노선을 중단한다. 에어부산과 제주항공도 대구~타이페이 노선 운항을 3월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 학교·학원 문 닫아 학부모 비상
개학이 늦춰지고 학원들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학부모들도 비상이 걸렸다. 대구시교육청은 지역 내 유치원 341곳, 초·중·고·특수학교 459곳의 개학을 다음 달 9일로 1주일 연기하고 방학 중 진행하던 방과 후 활동도 중단했다. 학원가마저 다수가 휴업에 돌입한 상태다.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진 학부모들은 발만 굴리고 있는 상황이다. 초등학교 3학년, 1학년생 자녀 두 명을 둔 주부 C(38) 씨는 "아이를 맡길 만한 모든 곳이 문을 닫으니 우리처럼 맞벌이 가정은 곤란하게 됐다"며 "주변 학부모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는 경우도 있는데 이마저 여의치 않은 집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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