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인데도…대구 교회·성당·사찰 종교활동 중단

입력 2020-02-23 18:17:21 수정 2020-02-23 22:33:04

천주교 산하 성당 일제히 미사 중단…교회 폐쇄에 급식도 중단
동화사 23일부터 산문 '전면폐쇄'

23일 대구 범어교회는 신도들의 교회 출입을 통제하고 교역자들만 출석한 가운데 주일 예배를 온라인 생중계 예배로 진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3일 대구 범어교회는 신도들의 교회 출입을 통제하고 교역자들만 출석한 가운데 주일 예배를 온라인 생중계 예배로 진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3일 범어교회 출입구에
23일 범어교회 출입구에 '교회 폐쇄와 예배 중단'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 이혜진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지역 교회와 성당, 사찰의 폐쇄와 출입 통제가 잇따르면서 주말 예배와 미사, 법회 등 종교행사가 중단됐다.

23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 범어교회는 주출입구가 굳게 잠겨 있었다. 출입구에는 '당분간 교회 출입을 자제해달라' '신천지 추수꾼(기성 교회에 잠입해 교회 신도들을 신천지에 입교시키는 신천지 신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범어교회는 이날 목사와 전도사 등 소수의 교회 관계자만 참석한 가운데 인터넷 생중계 예배를 진행했다.

범어교회 관계자는 "교회가 생긴 이래로 교회를 폐쇄하고 모든 예배활동을 중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코로나19 전파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추수꾼이 교회에 침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에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구제일교회와 대구동부교회, 대구북일교회 등 다른 교회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대구동부교회 관계자는 "주일에는 특히 교회를 찾는 노숙자들이 많은데, 교회가 폐쇄되고 무료급식도 중단되면서 이들이 끼니 걱정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대구시내 천주교 산하 성당들도 이날 일제히 미사를 거행하지 않았다. 이는 지난 19일 천주교 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의 긴급조치로 내려진 주일 미사 및 교구청 산하 기관들의 모임을 일시 중단한다는 권고에 따른 조치였다. 이날 주교좌 범어대성당의 주차장은 비어있었고, 신자들의 출입문은 셔터가 내려졌다. 성당의 부속건물마저도 닫힌 상태였다.

대구의 대표적 관광지이자 시민 휴식처인 팔공산 일대 사찰에도 정적이 감돌았다. 동화사는 이날부터 산문을 '전면폐쇄'했다.

손태진 동화사 기획차장은 "신도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긴급히 전면폐쇄 결정을 내렸다"면서 "향후 코로나19가 진정세를 보일 때까지 무기한으로 일반 관광객은 물론 신도들까지 출입을 통제한다"고 밝혔다.

주요 사찰 관계자들은 "예년 같으면 적게는 수십~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까지 가족단위 또는 단체 관광객들이 팔공산과 사찰을 찾아 즐거운 휴일을 보냈을 테지만, 이번 주말에는 사찰 관계자들만 적막한 절을 지키고 있을 뿐 방문객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불교총연합회는 이날 코로나19가 급속히 지역사회에서 확산함에 따라 불자들에게 '법회와 기도회 및 각종 행사 참여의 자제'를 요청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동화사 인근 팔공산집단시설지구 내 식당과 카페 역시 주말인데도 평일에도 훨씬 못 미치는 차량이 주차돼 있었고 매장은 한산했다. 식당 주인 박모 씨는 "평소에도 장사가 잘 안 돼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진행될지 정말 걱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