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소녀, 나흘 만에 시신으로…잦은 여성살해에 분노 커져

여성 살해가 잦은 멕시코에서 20대 여성이 잔혹하게 살해된 지 며칠 만에 7세 소녀가 실종 나흘 만에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와 분노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엘우니베르살 등 멕시코 언론에 따르면 수도 멕시코시티에 사는 파티마가 실종된 것은 지난 11일이다. 수업이 끝나고 엄마가 파티마를 데리러 갔을 때 파티마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가족은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곧바로 아동 실종을 알리는 앰버 경보를 발령했다.
가족과 이웃의 애타는 수색에도 찾을 수 없던 파티마는 지난 15일 인근 골목에서 검은 쓰레기봉투에 담긴 시신으로 발견됐다. 옷이 벗겨지고 폭행당한 흔적이 있었다. 파티마의 죽음이 알려지자 멕시코 곳곳에서는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는데도 무기력한 당국을 향해 거센 시위가 벌어졌다.
경찰은 200만페소(약 1억2천7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용의자 추적에 나섰다. 실종 당일 한 여성이 교복을 입은 파티마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CCTV 영상도 공개됐다. 파티마의 엄마는 이날 검찰청 앞에서 "내 딸과 모든 여성을 위해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터넷에서는 "파티마에게 정의를"(#JusticiaParaFatima)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쏟아졌다.
멕시코는 살인 등 강력 범죄가 다반사로 벌어지고 상당수 범죄가 마약 조직 간의 다툼에서 발생하지만 무고한 7세 소녀의 죽음이 가져온 충격은 작지 않았다. 더구나 최근 멕시코시티에서 25세 여성 잉그리드 에스카미야가 함께 살던 40대 남성에게 잔혹하게 살해되고, 훼손된 시신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분노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었다.
멕시코에서는 하루 10명꼴의 여성이 살해되는 것으로 집계되는데 다른 살인사건과 마찬가지로 용의자 검거와 기소율은 극히 낮다. 에스카미야 사건 이후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는 엄격한 처벌과 당국의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며 강한 시위를 벌였다.
14일 오전에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정례 기자회견을 여는 대통령궁 밖에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반복되는 강력 사건에도 당국이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무심하고 안이한 태도를 보여 시위대의 슬픔과 분노를 키우고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늘어나는 여성살해 사건에 대해 "언론에 의해 많이 조작됐다"고 말하거나, 부패와 같은 근본적인 원인으로 화제를 돌려 비판을 받곤 했다. 이날 대통령은 파티마 사건에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처벌만이 해법이 아니다"라며 신자유주의 경제모델로 인한 사회 해체를 원인으로 지목해 반발하고 비판하는 여론을 더 자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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