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중환 대구 달성군의원(화원·가창)
"제발 남의 동네 넘보지 마시고, 거기 동네나 잘 챙겨 주세요. 아직도 이런 정치가 통할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얼마 전 대구 수성구 지역 4·15 총선 예비후보들이 달성군 가창을 가지고 놀았다. 해당 지역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가창의 수성구 편입 공약 타당성을 놓고 설왕설래하며 인지도 높이는 데 혈안이 됐던 것이다. 뜨거운 공방을 먼저 시작한 것은 보수 성향의 한 후보다. 그는 주민들의 삶의 질과 상생 발전을 위해 가창의 수성구 편입을 선거 공약으로 냈다. 이어 또 다른 보수 성향의 한 후보는 긍정보단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고 극구 반대했다. 이에 뒤질세라 진보 성향의 한 후보는 주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명분으로 들며 가창의 수성구 편입을 지지했다. 이 과정에서 각 후보는 앞다퉈 보도 자료를 통해 논박하는 등 힘겨루기를 하며 지역 언론과 시민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선 이들의 막말과 상식을 넘는 발언의 배경이 어떻게든 공천을 받기 위한 수단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즉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 지도자의 마음에 들기 위한 얄팍한 상술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걸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지역구 기초의원(재선)으로서 이런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아쉽고 씁쓸한 생각뿐이다. 아니 답답함을 넘어 창피할 정도다. 주민을 위한 정치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고, 후진국 구태 정치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무능과 무사안일 행태가 바뀌지 않으며 시대에 역행하는 정치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이 돼 주지 못하고, 불신을 넘어 혐오의 대상으로까지 전락했다며 개탄하고 있다.
사실 행정구역 개편과 통합은 수십 년 전부터 정부 차원에서 검토해 온 해묵은 과제로 심사숙고해야 한다. 물론 시행하면 고비용·저효율의 행정 체계 개선과 지자체 간 불필요한 갈등 감소, 균형발전, 주민 생활 편의 등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반대로 지방분권화 역행과 사회적 비용 발생, 정치권 및 지자체장의 정략적 이용 등 부작용이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분석돼 좀처럼 사업 추진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그리고 추진 절차와 시간도 만만치 않고 이러한 중요한 결정은 중앙 부처와 일선 지자체, 시민이 협의해 정리해야 할 몫이다. 총선을 코앞에 둔 정치권에서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란 뜻이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확산으로 예비후보와 유권자들의 접촉이 어려워 노심초사하는 건 이해하지만, 구시대적 정치 방법인 '아니면 말고' 식의 선거용 이벤트를 끄집어내는 건 지역 주민과 지자체 간에 갈등만 야기시킬 뿐 대구 발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막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인은 공인이다.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커 그들의 말 한마디가 사회적 파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막말의 원인이 우리 정치구조에 있다 하더라도 더 근본은 정치인들의 인격적 결함에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정치적 이익을 위해 막말 등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하는 것은 지도자로서, 또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
총선을 앞두고 대구 유권자에게 호소한다. 정치인의 막말이 싫으면 그들을 반드시 심판해 달라. 개헌 또는 통일 등 어려운 해법 말고도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방법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유권자가 총선에서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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