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전적·정치적 위기…흔들리는 위상
개국 100주년을 2년여 앞둔 영국 공영 BBC 방송이 '잔인한 생존 싸움에 직면했다'고 미국 CCN 방송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수신료 제도 재검토 카드를 꺼내든데다 집권당의 정치적 공세까지 이뤄지고 있는데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 스트리밍 채널까지 부상하면서 BBC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BBC가 봉착한 가장 큰 위기는 정부의 수신료 폐지로 자칫 이어질 수 있는 조사다. 지난주부터 영국 정부는 BBC는 매년 전체 수익의 최소 75%에 달하는 수십억 달러의 수신료를 걷어 들인다.
영국의 한 가구당 BBC에 지불하는 수신료는 연간 154.50파운드(약 24만원) 수준이다. 매년 수만 명이 수신료를 내지 않아 재판에 넘겨진다. 하지만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2018년 5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영국 정부가 공영 방송 수신료 미납자에 대해 법적 처벌보다는 BBC와 당사자 간 민사 소송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재정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BBC는 2027년에 재정 등 운용방침과 관련해 왕실 특허권을 갱신해야 하는데, 이때 수신료가 완전히 폐지될 수 있다고 CNN은 전했다.
BBC 대변인은 "2015년 정부가 의뢰한 조사 결과 현행 수신료 제도가 가장 공정하고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를 인용하며 수신료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 다큐멘터리부터 예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하는 BBC가 재정적으로 어려워진다면 영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8년 기준 BBC는 영국 영화와 TV, 음악 부문에서 213억파운드(약 32조8천599억원), 창의적인 서비스 산업부문에서는 1천100억파운드(약 169조 6천992억원)를 벌어들였다.
시장조사업체 암페어 애널리시스의 리처드 브로턴 연구소장은 "BBC 수신료가 줄어들면 콘텐츠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며 "재정 문제를 함부로 대하면 영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적 압박뿐만아니라 해결해야할 과제는 산적해있다. 존슨 총리가 이끄는 영국 정부와 빚고 있는 마찰도 BBC가 해결해야한다.
존슨 총리와 BBC 사이 갈등은 지난해 치러진 조기 총선을 앞두고 파열음을 내오다 지난달 31일 고조됐다. 당시 유럽연합을 탈퇴한 영국 존슨 총리가 연설에 나섰지만 BBC가 방송을 하지 않았다.
당시 총리실이 언론사의 취재를 막았고 존슨 총리의 영상은 별도로 배포하겠다고 하자 BBC가 방송을 거부한 것이다. BBC는 지난 3일 총리실이 EU와 무역 협상을 주제로 기자회견에서 특정 언론사를 배제하자 기자회견을 보이콧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BBC 수신료 제도 재검토는 "정치적 보복"이라는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개각으로 지난주 자리에서 물러난 니키 모건 전 문화부 장관은 "BBC는 국민의 소유"라며 "정부가 BBC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면 대중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모건 전 장관은 "넷플릭스, 유튜브를 아는 아이들이 BBC를 아는 아이들보다 더 많다"며 BBC가 세워지고, 수신료 제도가 만들어지고 난 이후 세상이 한참 변한만큼 BBC가 경각심을 가져야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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