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2주 격리, 중국 유학생들 협조가 최대 관건

입력 2020-02-16 17:32:05 수정 2020-02-16 18:08:25

14일 대구대 경산캠퍼스 국제관 기숙사 관리 직원들이 중국인 유학생 입주를 앞두고 유학생들이 머물 방을 소독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14일 대구대 경산캠퍼스 국제관 기숙사 관리 직원들이 중국인 유학생 입주를 앞두고 유학생들이 머물 방을 소독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경북 대학들이 이달 말까지 입국하는 중국 유학생들을 모두 학내 기숙사에 격리하기로 한 가운데 격리에 대한 이들 유학생의 협조 여부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동안 1인1실의 기숙사 방 안에서 격리되는 생활을 적응 못 해 자칫 집단반발이나 이탈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마련한 자가격리자 생활 수칙 안내문에 따르면 격리자는 2주 동안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는 방에서 혼자 생활해야 한다. 식사는 외부에서 반입된 도시락으로 해결해야 하며 옆방이나 같은 층 학생들과 접촉해서도 안 된다. 또 건물 전체는 24시간 통제한다.

이처럼 감옥생활을 방불케하는 격리 생활에 대학들은 유학생들이 얼마나 잘 협조해줄 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미 조기 귀국한 일부 중국인 유학생을 기숙사에 격리하고 있는 A대학은 이들이 좁은 기숙사 방안에서의 반복적인 생활에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학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공부나 휴대폰을 이용한 게임, 채팅 등으로 시간을 때우고 있다. 식사는 매일 정오와 오후 6시, 관리 담당자들이 기숙사 현관 앞에 도시락을 갖다놓으면 격리 학생들 중 대표자가 각 방 문 앞에 놔두는 방식으로 해결된다. 반복되는 일상이 너무 지루해 가끔 다른 활동을 하고 싶다며 관리담당자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잦다.

A대학 관계자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스케치북이나 색연필을 사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3, 4일 정도는 버틸만하다고 하는데 그 이후부터 우울증이 올 것 같다며 힘들어하고 있다. 활동적인 20대들이라 2주간 격리 생활이 더욱 힘들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학 관계자들은 자칫 집단 반발이나 이탈 등으로 통제 불능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더욱이 중국인 유학생들이 대거 입국하면 기숙사 내 관리 대상도 한꺼번에 늘어 관리의 어려움도 더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입국 중국 유학생 중에 기숙사 격리를 거부하는 학생이 발생할 경우도 걱정이다. B대학 관계자는 "대학에서는 이들을 최대한 설득하지만 강제집행권이 없어 이들이 기숙사 격리를 극구 거부하면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학 관계자들은 "가능하다면 진단키트 등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필요하며 정부와 지자체 등의 인적 지원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경상북도는 입국할 중국인 유학생 별도관리에 사용되는 추가비용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16일 밝혔다.

마스크와 손세정제, 손소독제, 열화상감지카메라 등 방역 물품을 지원하고 기숙사 숙박비, 버스임차비 등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경북도는 시군, 대학과 협력해 입국 전 유학생에게 개별적으로 개인위생 등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기숙사에 입사시키는 한편 14일 보호기간에 외출금지, 이상 징후 시 행동요령을 숙지시킨 후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한다. 보호기간이 끝난 유학생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는 등 단계별 특별관리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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