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 13명을 검찰이 기소한 데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청와대가 마침내 '입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그게 기가 막힌다. '입장을 내지 않는 것이 입장'이라는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2일 "공소장 내용은 내용일 뿐 검찰과 피고인 주장이 충돌하고 있는 만큼 법정에서 사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청와대에 입장을 내라고 요구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말이 조금 길어졌을 뿐 검찰 기소 이후 일관되게 유지해온 "수사 중인 사건"이라는 입장의 반복일 뿐이다.
무책임하고 오만한 자세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공소장은 판결문이 아닌 검찰의 주장이고 법원이 그것의 사실 여부를 결정한다. 공소장을 두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는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일반 국민에게 해당하는 얘기다. 청와대는 그럴 권리가 없다. 전방위적인 감시를 받아야 하는 권력의 핵심기관이기 때문이다. 침묵은 그런 '감시'를 거부하겠다는 것과 같다.
공소장에는 '울산 사건'에 청와대 8개 조직이 관여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청와대는 송철호 울산시장의 경쟁자였던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비위를 수사했던 경찰에게서 21차례나 보고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과 하명 수사에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것이다.
검찰의 이런 '주장'이 기소된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주장대로 '검찰의 주관적 추측과 예단'은 아닐 것이다. 다른 곳도 아닌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눈 공소장을 그런 식으로 '소설'을 썼을 리 없다. 문재인 정권과 일부 극렬 지지자들을 제외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검찰의 '주장'으로 뭉개며 입 닫고 있을 문제가 아니다.
문 정권과 같은 진영인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12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공소장 공개 거부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이 사안의 공개를 원치 않는다는 의심을 키워왔다"고 비판했다. '입장을 내지 않는 게 입장'이라는 청와대도 이런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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