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카페 청송군 세계적 도시브랜드 비상]<2>청송사랑화폐와 경제 부흥

입력 2020-02-14 19:34:12

연간 80억원 규모로 발행
금융전문가들 “160억원 이상 경제유발 시너지 효과 발생”
지역화폐 최초로 재유통 가능…화폐 형태도 지역 노령 감안해
화폐 구매에 지역 기관들 동참 줄지어

지난 1월 6일 농협 청송군지부에서 윤경희(왼쪽) 청송군수와 권태준 청송군의회 의장이 구매한
지난 1월 6일 농협 청송군지부에서 윤경희(왼쪽) 청송군수와 권태준 청송군의회 의장이 구매한 '청송사랑화폐'를 들어보이고 있다. 청송군 제공

2020년 1월 1일 경북 청송군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 바로 지역화폐인 '청송사랑화폐'를 발행한 것이다. 청송지역 경제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소비까지 위축된 상황에서 청송사랑화폐는 이런 상황을 돌파하는데 최적의 카드가 됐다.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서 애초 청송은 인근 안동이나 포항, 대구로 지역 자금까지 유출됐지만 지역 화폐가 통용되면서 거의 100% 청송 내수 수요로 돌아선 것이다. 아직 한반도에 봄의 기운이 이르지만 청송 경기는 현재 꽃바람이 훈훈하게 불고 있다.

◆청송사랑화폐란?

청송군은 1월부터 연간 80억원 규모의 '청송사랑화폐'를 발행했다.

올해 발행한 화폐는 지역 농업경영인단체에 등록된 농가를 대상으로 가구당 약 50만원씩, 총 30억원을 농민수당으로 지급한다. 또 청송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한 택배지원비 10억원, 공무원 구매 10억원, 일반 판매 30억원 등의 규모로 지역에서 유통될 예정이다.

금융전문가들은 청송사랑화폐의 유통에 따른 경제유발 시너지 효과가 발행규모의 두 배가 넘는 16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근거는 지역화폐 최초로 재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화폐는 현금과 동일한 가치로 평가되기 때문에 청송의 모든 영업장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유통 경로가 기존 현금의 유통 경로와 동일하기 때문에 청송의 시장경제는 현금 등 재화(財貨)가 풍부해져 자연스럽게 활기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 '청송사랑화폐'는 어느 지역화폐보다 사용자의 눈높이를 맞췄다.

청송지역의 화폐를 주고받는 연령층이 대부분 노령인 것을 감안해 화폐의 형태도 현금과 동일한 '종이형'으로 단일화했다.

6일 매콤달콤한 고추장 불고기를 점심 메뉴로 낸 경북 청송군 청송읍 소재 언양가든 김자옥 대표가 식사값으로
6일 경북 청송군 현서면 현서장날에 만난 현서농약할인마트 박상순 대표는

화폐 한가운데에 1만원권은 '10,000', 5천원권에는 '5,000'이란 금액 숫자를 크게 표시해 노년층이 새로운 화폐를 사용하는데 거부감 없이 빠르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 청송군 총인구(2만 6천명)의 35%가 65세 이상인 만큼 이 화폐 역시 이들의 눈높이를 맞춰 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군민들 '좋아요' 청송사랑화폐

청송군 청송읍 식당가는 요즘 청송사랑화폐로 웃음꽃이 핀다. 식당을 찾은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청송사랑화폐로 계산하기 때문이다. 이 화폐는 타 지역의 상품권 형태가 아닌 현금과 동일하기 때문에 상가에서는 이 화폐를 받아 재료를 구입하고 음식을 준비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7일 경북 청송군 공무원들이 지역에서 사용할
6일 매콤달콤한 고추장 불고기를 점심 메뉴로 낸 경북 청송군 청송읍 소재 언양가든 김자옥 대표가 식사값으로 '청송사랑화폐'를 받아 미소를 짓고 있다. 전종훈 기자

청송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자옥(43) 씨는 "경기가 좋지 않아 카드 수수료도 아까운 마당에 청송사랑화폐는 하늘에서 내려준 동아줄과도 같다"며 "결제 이후 며칠 동안 기다려야 하는 신용카드와는 달리 바로 환전도 가능해 손님들에게 더욱 신선한 재료로 요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봄 농사를 준비하는 농가에서도 청송사랑화폐가 단연 인기다. 평상시는 5% 할인판매가 되고 설·추석에는 10%까지 할인 폭이 높아져 가계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앞서 설 명절에 화폐를 구입한 농가들은 이 화폐로 지금 한창 비료나 전지 가위 등 농가에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10일 경북 청송군 청송군청 제1회의실에서 청송군과 농협 청송군지부 등 지역 금융기관이 청송사랑화폐 업무(판매·환전) 대행에 관한 협약식을 가졌다. 청송군 제공
6일 경북 청송군 현서면 현서장날에 만난 현서농약할인마트 박상순 대표는 "농사에 필요한 비료나 농자재를 구매하는 농민들 대부분이 '청송사랑화폐'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서면에서 농자재마트를 운영하는 박상순(40) 씨는 "농가에서 처음에는 청송사랑화폐를 받아주냐는 문의를 많이 했다"며 "상가들은 할인판매제도를 잘 알고 있어 현금으로 결제를 하려고 하면 청송사랑화폐를 구입해서 오라고 오히려 농민들에게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7일 경북 청송군 공무원들이 지역에서 사용할 '청송사랑화폐'를 구매해 들어보이고 있다. 청송사랑화폐는 현재 5% 할인판매를 하고 있어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청송군 제공

청송군 공무원들도 급여 일부로 청송사랑화폐를 구매하고 있다. 이들은 매월 20일 월급날이면 청송사랑화폐를 자발적으로 구매해 외식을 하거나 장을 보며 지역 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청송군 사회복지과 황금화(51) 주무관은 "지난 월급날 구입한 청송사랑화폐로 차례용품과 식재료 등 설 장보기를 했다"며 "집안 어르신들도 좋아하셔서 조금 더 구입한 뒤 용돈으로 챙겨드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0일 경북 청송군 청송군청 제1회의실에서 청송군과 농협 청송군지부 등 지역 금융기관이 청송사랑화폐 업무(판매·환전) 대행에 관한 협약식을 가졌다. 청송군 제공

◆지역 기관도 청송사랑화폐로 일심동체

청송군뿐만 아니라 지역 유관기관도 청송사랑화폐 구매에 동참하고 있다. 농협 청송군지부와 청송영양축협, 청송군산림조합, 청송농협, 청송버스㈜ 등 직원들도 매월 주기적 구매를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청송군산림조합은 출장여비 등도 청송사랑화폐로 지급하며 이사회의 출석수당 역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 화폐로 지급하게 됐다.

진보신협은 바쁜 사업자들의 시간을 절약해 주기 위해 사업장을 방문한 뒤 청송사랑화폐를 현금처럼 입금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적극적인 지역 기관들의 동참과 주민들의 호응으로 청송사랑화폐 판매액이 현재 40억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청송군에 따르면 이달 7일까지 총 35억 2천200만원이 시중에 유통됐다고 한다.

청송군 관계자는 "청송사랑화폐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실시간 주민의견수렴·모니터링 제도를 시행하고 유흥업소나 사행성게임장 등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며 "부정유통방지를 위해 개인은 월 50만원·연 500만원까지 구매를 허용하고 환전은 사업장 규모와 매출에 따라 월 1천만원~5천만원까지 한도액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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