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불출마·보수 합당 추진에 친박계 '덜덜'

입력 2020-02-10 17:37:16 수정 2020-02-10 21:20:28

개혁보수 이룰 공천 강조…친박 인사들 수세에 몰려
혁통위 중심 친이계 우려…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도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고 개혁보수를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보수재건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고 개혁보수를 위해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대구 동을)이 4·15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자유한국당에 "당을 합치자"고 제안함에 따라 친박(친박근혜)계가 정치적 수세에 몰렸다. 유 위원장이 합당 시 공천도 개혁보수를 이룰 공천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한 탓에 자신들이 '옹립'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이에 응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쇄신의 '칼날'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10일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당 대 당 통합의 최대 암초를 '친박'으로 꼽았다. 전날 유 위원장이 불출마 의사와 함께 신설합당 추진을 선언하며 새로 만들 당에 대해 "도로 친박당, 도로 친이(친이명박)당이 될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말끔히 떨쳐버리는 공정한 공천, 감동과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는 공천이 돼야 한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과 야당이 된 지난 3년간 보수정치의 모습은 개혁보수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해서다.

대권 주자인 황교안 대표와 본인이 총선을 위해 내려놓은 만큼 탄핵의 책임이 있는 친박계 인사들도 희생해야 한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합당 국면에서 한국당을 향해 개혁보수 실현 압박을 더 강하게 할 여지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 위원장이 '현재 한국당의 모습은 여전히 개혁보수와 거리가 멀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인데 한국당과 물밑 논의를 하면서도 합당과 독자노선을 두고 주저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번 결심으로 자연스럽게 험지 출마를 택한 황 대표처럼 한국당 지도부와 친박계에게 책임질 것은 져야 한다고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

이어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유 위원장 기자회견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 위원장을 향해 '지금이라도 험지에서 싸워야 한다'며 불출마에 대한 평가를 낮춘 것도 결국은 이러한 '희생' 요구에 대한 압박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면 된다"고 풀이했다.

이 때문에 유 위원장의 결단이 되레 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친박계 의원들이 유 위원장을 받아들이며 용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공화당, 자유통일당 등으로 합류를 선택하며 보수통합을 등지는 '경우의 수'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또한 유 위원장이 친이계를 언급한 부분 역시 간과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현재 친이계는 혁신통합추진위원회(혁통위)를 중심으로 보수 통합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데 유 위원장이 이들에 대한 우려를 내놓은 것.

혁통위 구성을 이끈 국민통합연대는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전 의원이 이끌고 있다. 혁통위원장인 박형준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간사인 안연환 국민통합연대 사무총장 역시 친이계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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