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가 기피시설?…경북 지역경제 효자 노릇 '톡톡'

입력 2020-02-09 17:45:04 수정 2020-02-09 21:40:50

포항·상주·청송 등 경북 교도소 보유 지역, 경제효과 높아 신규 유치 움직임도

경북 포항교도소 전경
경북 포항교도소 전경

대구경북지역 교도소가 혐오시설 이미지를 벗고 지역 경제에 큰 몫을 차지하는 효자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부 시·군에서는 교도소를 유치해 침체한 경제를 살리자는 움직임도 나타나 주목된다.

◆지역 농산물로 대규모 급식…면회객 유치 효과도

2005년 8월 포항 북구 흥해읍에 들어선 포항교도소에선 수용자 1천300명, 직원 320여 명이 있다. 대규모 인원이 매일 먹는 음식 대부분은 포항에서 생산된 것이다. 반찬 등 부식물은 포항 10개 업체에서 납품받는데 연간 16억원이 투입된다. 포항농업기술센터에서 사들이는 쌀은 연간 240t, 5억원 상당이다.

수용실 등에 들어가는 우편, 신문 등에는 연간 약 4억원이 쓰인다. 수용자들의 외부 진료 치료비로도 1억원 상당이 지역 병원에 돌아간다. 수용자 작업장에서 만드는 종이가방 등의 제품은 포항지역 10여 개 업체에 도움을 준다. 수용자 생산제품은 부가세가 붙지 않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 면회 등을 위해 접견 방문인이 쓰는 돈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포항교도소 접견 방문인은 3만4천여 명으로 이들이 식사, 주유, 숙박 등에 쓴 비용은 수억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교도소 직원들이 지역에서 소비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교도소 측이 이를 추계해보니 연간 98억원가량이라는 집계도 나왔다.

2014년 건립 당시 기피시설이라는 낙인을 피할 수 없었던 상주교도소의 이미지는 6년이 지난 현재 반전을 맞고 있다. 진입도로가 개설 및 확충되고, 수형자 급식에 지역 식자재가 꾸준히 납품되면서 주변 분위기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아이들 교육에 좋지 않고 수형시설의 부정적 영향 등으로 땅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가 됐다.

상주교도소는 450여 명의 수형자를 관리하기 위해 교도관과 일반직원 등 170명이 상주하며, 매일 찾아오는 면회객은 50~70명에 이른다. 주민들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뿐 아니라 인구유입 효과도 있어 지역에 이로운 공공기관으로 인식이 바뀌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달성군은 10월 준공 예정인 대구교도소가 주민개방형으로 조성되는 만큼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6천642㎡ 규모의 운동장에는 국제규격 축구장, 육상트랙이 들어서고 실내체육관, 테니스장과 다목적 구장(1천739㎡)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내년 3월 중 개청하면 수용자 2천100명, 교정공무원 540명이 근무해 포항, 상주와 마찬가지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청송군, '추가 교도소도 환영'

부정적 이미지 때문에 지역명이 빠진 교도소 이름을 환영하던 청송군은 몇해 전 신규 교도소 유치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기피시설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역발상이어서다.

지난 2014년 청송 일부 주민들은 '청송 교정시설 유치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신규 교도소 유치신청서 작성, 주민 찬성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도 법무부를 찾아 교도소 건립을 건의하기도 했다. 1993년 청송에 마지막 교도소가 들어서고 20년만에 또다시 교도소 유치를 희망한 것이다.

청송군에는 경북북부제1·2·3교도소와 경북직업훈련교도소 등 4개의 교정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2천300여 명의 수감자와 1천여 명의 교정공무원이 있다.

청송은 옛 청송교도소 명칭이 2010년 8월 '경북북부교도소'로 바뀌면서 교도소 위치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까지 해소됐다. 또 수감자들을 만나기 위해 매일 수십에서 수백 명이 찾아오면서 지역 경제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최근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교도소 인근 10분 거리에 2개의 나들목이 생기면서 면회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1천 명의 교정공무원이 거주하면서 인구 감소도 막아주고 있다. 가족 등을 포함하면 교도소가 위치한 진보면 인구(약 6천800명)의 최소 20~30%는 이들이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교정공무원은 물론 가족들이 직장이나 학교 등을 다니며 경제활동을 하고 생활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역 주민들이 더 많은 교도소 유치를 희망하는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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