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항 늑장 검역·안동의료원 모니터링 허점…경북 검역망 '구멍'

입력 2020-02-07 18:06:39 수정 2020-02-07 20:19:54

중국인 왕래 잦은 포항항, 선제 검역 아쉬워…열화상카메라 고장 난 안동의료원

7일 안동의료원 중앙 출입구에 긴급하게 마련한 열화상 카메라가 가동되고 있는 모습. 경북도립 안동의료원은 열화상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지 못해 안동시보건소가 보유한 구형 카메라를 수리해 임시로 사용 중이다. 김영진 기자
7일 안동의료원 중앙 출입구에 긴급하게 마련한 열화상 카메라가 가동되고 있는 모습. 경북도립 안동의료원은 열화상 카메라를 보유하고 있지 못해 안동시보건소가 보유한 구형 카메라를 수리해 임시로 사용 중이다. 김영진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으로 전국이 비상인 상황에서 경북지역의 대응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항(포항신항, 영일만항, 포항구항) 등 경북도내 항만의 신종코로나 검역 시스템이 뒤늦게 가동돼 감염 확산 불안감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포항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포항항은 지난달 30일이 되어서야 중국 기항 선박 등 외국 선박과 선원에 대한 입출항 내역을 문서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때는 이미 국내 확진자가 6명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포항항은 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료 등을 주로 취급하는 배들이 많아 중국을 거쳐오거나 중국인 선원들이 적지 않지만, 관련 기관들은 중앙부처의 매뉴얼만 고집하며 늦장 검역을 시행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소속 국립포항검역소도 지난달 8일 중국 후베이성 출신 선원을 대상으로 발열 검사를 시작하다가 같은 달 28일부터는 홍콩과 마카오를 제외한 중국 전역 기항 선박·선원으로 검역을 확대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관리사무소 포항출장소도 선원 명부·여권에 출생지·발급지가 중국 후베이로 표시된 선원에 대해 이달 4일이 되어서야 입국 제한에 들어갔다.

국내 확진자가 급증하고 중국인 입국자를 제한하기 이전인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포항신항 등 포항항 정문을 통과한 외국 국적 선원이 98명이며 이 중 39명이 중국 국적이라고 포항해수청은 밝혔다.

대구출입국외국인관리사무소 포항출장소도 4일까지 상륙 허가증을 발급받아 육지로 나온 중국인 수가 44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돼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또 앞서 5일 경상북도 공무원 중 한 명은 17번 확진자와 같은 KTX 칸에 머물러 접촉자로 자가 격리됐는데, 확진자와 같은 KTX 칸에 머문 사실이 12일이나 지나서 당사자에게 알려지면서 국내 검역 체제의 허술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동지역에서 처음으로 신종코로나 의심환자가 발생하면서 지역 선별진료소의 허술한 관리도 드러났다.

6일 오후 2시쯤 안동의료원 응급실에 해외에서 거주하다 귀국한 뒤 고온 독감증상을 보이는 환자 A씨가 입원했다. 이 환자는 당초 안동시보건소를 방문했지만 신종코로나로 의심돼 의료환경이 더 좋고 선별진료소가 있는 안동의료원으로 옮겨졌다.

안동의료원은 열화상 카메라가 없어 설 명절 이전부터 모든 출입구를 폐쇄하고 중앙출입구만 이용해 환자와 방문자를 비접촉식(적외선) 체온계로 간이 검사만 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한번에 여러 명의 방문자가 생기거나 직원의 교대근무 시간 등에는 환자를 놓치는 경우 등 허점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A씨가 방문한 이후 안동의료원에서 안동시보건소가 보유하고 있는 열화상 카메라를 수리해 설치했지만 이마저도 정확성이 떨어졌다. 책정된 수치에 2℃를 더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셈 법을 적용해 현재도 체온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지금까지 안동의료원은 경북도에 여러 차례 열화상 카메라 구입을 요청했지만, 예산 부족 문제 등으로 지원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의료원은 보건복지부에도 3대의 열화상 카메라를 요청해뒀지만, 보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동의료원에 입원한 A씨는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한시름 덜었다. 하지만 국내 일부 사례에서 음성 판정 후 재검에서 양성 판정을 받아 A씨도 발병 소지가 있기 때문에 안동의료원은 현재 간이격리시설인 음압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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