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아트피아는 올해 두 번째 기획전으로 '백미혜-꽃, 별, 그리드의 시간들'전을 펼치고 있다.
백미혜는 예술의 힘으로 개인적인 삶의 마디를 만들고, 끊고, 치유하고, 또 행복을 구가해온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이 전시는 삶이 미궁의 시간들로 난해하게 얽혀있고 그 미궁을 뚫고 나갈 수 있었던 열쇠로서 작가가 남긴 작품들을 시기별로 선별해 한 자리에 모았다.
작가의 작업을 시기별로 살펴보면 1982년 첫 개인전이었던 '땅따먹기 놀이에서'(1982~1987)를 시작으로 '미궁의 시간'(1988~1993), '꽃피는 시간'(1994~2001), '별의 집에서'(2002~2009), '격자 시-그리드'(2010~2019) 등 5개의 주제로 나눠진다.
백미혜 작가는 마치 문인화 속 화제처럼 작품에서 시와 회화를 넘나들면서 형식과 재료에서 자유로웠다. 메시지나 이미지 전달과 표현을 위해서라면 시와 그림과 오브제가 평면 위에 함께 뒤섞이고 소리와 몸짓과 영상이 함께 뒹군다. 이러한 작가의 표현양식은 일관되게 '시간적 층위'라는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한 개의 점으로 존재를 확인하고, 선으로 관계를 맺고, 선과 선으로 무수한 면을 만드는 '땅따먹기 놀이에서'는 회화의 원초적 3요소들과 놀이 규칙의 도입이라는 개념적 방식을 차용해 작업을 했다. 이후 독일 유학기를 거치면서 독일신표현주의의 감성에 영향 받은 '미궁의 시간', 생명환경과 자연적 요소가 결합된 '꽃피는 시간' 연작이 10여년 이상 계속됐다.
'별의 집' 시기는 이전의 연작에서 조금 비껴나 땅의 시간에서 하늘의 시간으로, 노동의 시간에서 안식의 시간으로 넘어가면서 둥근 화면으로 제작됐다. 보랏빛 성단을 타고 흐르는 기다림의 시간 속에는 고양된 정신의 투명한 서정성이 빛나기도 했다.
이어 2010년부터 시작된 '격자 시-그리드'는 작가가 지속해온 시간의 문제에 깊이를 더한 '사건'인 셈이다. 시집 잘라 붙이기와 색 테이프의 교차, 테이핑을 통한 지우기는 사라지면 겹치고 또 축적되는 시간의 무상한 틈을 보여줬다.
백미혜는 이 그리드 작업이 자신의 회화적 층위를 한결 깊게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하고 있다.
수평과 수직, 그리고 그 교차점, 다시 층을 이루어 만들어지는 새로운 교차점, 시간의 교차, 글과 그림의 교차, 시인과 화가의 교차 등은 작가 백미혜의 작품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이다. 전시는 수성아트피아 전관에서 22일(토)까지 열린다. 문의 053)668-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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