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교육부의 신종코로나 대책에 "책임 떠넘기기" 비판

입력 2020-02-05 21:30:00

5일 개강 연기 권고…대구경북 대학들 2주 연기 잇따라 결정
수백~1천여 명 중국 유학생을 대학 자체적으로 관리해야

지난 3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학내보건진료소 건물 앞에서 대학 측이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있다. 전남대는 대학에 진입하는 중국 방문자는 전원 선별진료소를 경유시키고, 대출 도서 소독·중국 유학생 자가 점검·학내 방역·격리 생활관 마련 등 비상대책을 시행한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학내보건진료소 건물 앞에서 대학 측이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있다. 전남대는 대학에 진입하는 중국 방문자는 전원 선별진료소를 경유시키고, 대출 도서 소독·중국 유학생 자가 점검·학내 방역·격리 생활관 마련 등 비상대책을 시행한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5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과 관련한 대학 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대학 자율로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했다. 또 1학기에는 원격수업과 집중이수제를 적극 활용해 2학기 학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했고, 필요시에는 수업을 2주 이내에서 감축하고 수업 결손은 보강, 원격수업 등으로 보완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대다수 지역 대학은 조만간 개강 연기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일대는 이날 보직자 회의를 열고 신학기 개강을 2주간 순연하기로 했다. 개강일을 기존 3월 2일에서 3월 16일로 늦추고 그 기간만큼 여름방학을 단축할 계획이다.

경북대도 3월 초 개강을 2주 연기하고 1학기를 기존 15주에서 13주로 단축해 운영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계명대도 2주간 개강을 연기하기로 하고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가급적 휴학을 권장하기로 했다.

중국 유학생이 많지 않은 일부 대학은 개강 연기에 미온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학들은 교육부가 개별 대학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학교마다 수백 명에서 1천여 명에 이르는 중국 유학생 관리를 개별 대학에 맡긴 사항에 대해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A대학 관계자는 "이들을 동시에 자가격리시켜야 하는데 대학이 전문의료기관도 아니고 무슨 수로 체계적인 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자칫 전염 사태라도 발생한다면 대학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B대학 한 관계자는 "2주간 특정 구역에 자가격리를 하더라도 발열 체크도 수시로 하고 식사도 책임져야 하는 등 챙겨야 하는 게 하나둘이 아니다"며 "인력을 어떻게 조달할 지 막막하다. 더욱이 대규모 중국 유학생이 왔다는 소식에 주변 주민들이 동요할 수도 있어 이래저래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또 개강 연기를 자율적으로 하라는 교육부 권고에 대해서도 자칫 대학에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대학 교수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줬으면 한다. 표면적으로 대학 자율이 좋아 보이지만 개강 연기에 따른 부작용 등을 모두 대학이 책임져라는 식"이라며 "지금 같은 비상 시국에서는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기준을 정해주는 것이 혼란을 최소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중국 유학생에게만 초점을 맞춘 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적잖다. A대학 관계자는 "중국 유학생의 비율을 따졌을 때 우리나라에 입국하는 전체 중국인 중에 미비한 수준"이라며 "우리나라에 일하는 중국인 근로자도 많은데 이에 대한 종합대책은 없고 오로지 중국 유학생에게만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마치 대학이 잠재적인 신종코로나 온상지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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