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번 일본, 16·17·19번 동남아…중국 방문력 없어 검사 못 받아
중대본 "중국 방문력 없더라도 원인불명 폐렴 땐 신종코로나 검사"
정부 안일한 대처로 확산 비판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들이 잇따르면서 방역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그동안 정부는 제3국 입국자들에 대해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의료계에서는 중국 위주의 안일한 대처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국내 확산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중대본)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국내확진 환자는 18명이다. 이중 12번, 16번, 17번 환자는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감염됐다.

지난 19일 일본에서 입국한 중국인 가이드인 12번 환자는 이달 1일에서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기간 동안 보건당국은 12번 환자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다.
태국 여행을 다녀온 16번 환자의 경우 중대본이 감염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16번 환자는 중국 방문력도 없고, 태국 현지에서 다른 환자와 접촉했다는 정보도 없다. 이날 추가 확진 판정을 받은 17번 환자는 싱가포르에서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연락을 받고, 지난 4일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다.
의료계에서는 중대본이 늑장대응을 한 탓에 제3국 감염자들을 놓쳤다고 지적한다.
중대본 사례정의에 따르면 ▷중국 후베이성을 다녀와 14일 내 발열 또는 기침이 있는 경우 ▷중국을 다녀와서 폐렴 증세를 보이는 경우 ▷중국 방문 후 폐렴은 아니지만 발열 등 증상이 있어 의심스러운 경우 ▷확진환자와 접촉한 이후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즉 발열, 기침 등 증상이 있어도 중국 방문력이 없다면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것.
대구의 한 대학병원 선별진료소 관계자는 "중국 방문력이 없지만 증상은 있어 검사를 받고 싶다는 환자들이 찾아온다"며 "그러나 신종코로나 검사의 경우 보건환경연구소나 보건소에 의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중국 방문력이 없으면 함부로 검사를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16번 환자가 처음 내원한 광주의 한 병원은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에 연락해 신종코로나 검사를 요청했으나 중국 방문력이 없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환자가 전남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된 지난 3일에서야 검사가 이뤄졌다. 환자에게 첫 증상이 발생한 지 9일만이었다. 결국 그동안 16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딸까지도 신종코로나에 감염돼 국내 18번 환자가 됐다.
송정흡 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3차 감염까지 나와 누가 감염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가 감염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폐렴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제3국 감염' 방치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자, 중대본는 앞으로 중국을 다녀오지 않았더라도 원인불명 폐렴이 발생했을 경우 신종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5일 "최근 동남아를 통해 유입되는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원인불명 폐렴 발생 시 중국 여행력이 없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관할 보건소에 신고한 뒤 검사를 시행해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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