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로 텅텅 빈 상하이 거리…식재료 아끼려 라면으로 끼니

입력 2020-02-05 16:45:07 수정 2020-02-06 13:22:26

중국 15년째 거주 교민 장창관씨가 전하는 '상하이 지금은'
교민 어떻게 생활하나…일부 아파트 외부인 출입 통제, 식당 90% 문 닫아 '발 동동'
애태우는 진출 기업들…공장 휴업·물류 중단 '이중고', 연휴 고향 찾은 직원 돌아와도 업무 차질 불가피

상하이 와이탄 거리.
상하이 와이탄 거리.

발묶인 황포강 유람선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발묶인 황포강 유람선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영증(신종코로나) 사태가 우한시를 넘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여파는 중국에 진출해 있는 지역 기업인들과 교민사회에까지 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교민 장창관(54)씨가 지난 4일 상하이 교민사회 분위기, 상하이를 비롯해 중국에 진출한 대구경북 기업의 현 상황 등을 담은 글을 매일신문에 보내왔다.

본지는 중국 상하이에 15년째 거주하고 있는 중국 관련 코디네이터 장 씨의 글을 전재한다.〈편집자 주〉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4일 현재 상하이 확진자 수는 219명라고 상하이 시에서 공식 발표했다.

일반 기업은 9일까지 춘절 연휴가 연장되어 있으며, 각급 학교는 전부 2월 말까지 개학을 하지 말라고 통지를 한 상태이다.

직접 나가서 본 상하이의 주요 관광지인 와이탄과 예원, 난징루 등 거리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통제하는 경찰 외에는 관광객이 없어 썰렁하다 못해 을씨년스럽다. 마치 민방위 훈련을 보는 듯하다.

시내를 오가는 일반 차량도 평상시의 1/10도 안될 뿐만 아니라 일부 시내버스는 물론 고속열차와 기차, 중국 국내선뿐만 아니라 한국을 오가는 항공편도 확 줄어서 인구 3천만의 도시라는 게 전혀 믿겨지지 않을 정도이다.

아파트 입구에 쌓여가는 택배물품들.
아파트 입구에 쌓여가는 택배물품들.

◆상하이 교민사회

상하이 한국 교민 사회는 불안감에 외출을 삼가하고 있고 일부 아파트에는 출입 통제도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각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택배나 음식 배달도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 택배 물품이 쌓여가고 있다. 외부인의 출입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교민들의 애로 사항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첫 째가 먹는 문제다. 식료품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품 수급에는 아직 문제가 없다. 정부의 정책으로 마트나 식료품점은 통제대상에서 제외 되어 있어 구매가 어렵지 않으나 신선제품인 두부나 야채, 육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해 점점 구매하기가 어려워진다.

필자 가족이 사는 아파트와 가까운 식료품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다. 배달을 하려 해도 배달원이 부족하고 배달 요청이 많다 보니 평소 10~20분 만에 배달오던 것이 무려 5시간 반 만에 도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저녁을 라면으로 대체하고 배달 온 재료들은 아껴뒀다 다음날 먹기도 했다.

한국교민이 많이 거주하는 상하이 홍췐루 거리 또한 을씨년스럽긴 마찬가지이다. 마트 이외에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상태인데다가 식당 또한 90%가 문을 닫았다. 문을 연 식당도 작년 춘절 연휴에 비해 매출액이 90%나 줄어서 걱정이 태산이다. 인건비와 임대료가 2003년 사스 때 보다 무려 6~7배 정도 올라 있기 때문에 정부의 임대료 감면 시책이 나오기만 기대하고 있다. 만일 그런 조치라도 없다면 고정비 지출 때문에 교민사회가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또한 고향으로 간 직원들이 돌아오지 않는데다가 온다 해도 건강상태에 따라 2주간 일을 못 할 수도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휴기간 장사를 위해 구매해 놓은 일부 식재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버려야 할 식재료들도 늘고 있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상하이 야경
상하이 야경

◆중국진출 대구경북 기업

중국에 진출한 지역 기업들의 걱정도 태산이다.

상하이와 화동지역(장수성, 저장성, 안휘성)에는 대구경북 기업들이 많은데 특히 SL, 아진산업, 평화정공, OSG, 상신브레이크 등 많은 자동차부품 기업들이 공장가동이 중지 된 것뿐만 아니라 이미 제조된 제품마저 물류가 중단되어서 출고를 시키지 못해 애태우고 있다.

정부가 차량 이동에 따른 감염을 우려하여 통제하면서 물류가 어려워진데다가 꼭 물류를 하려면 통행증을 신청하고 발급을 받아야 가능한데 공장이 있는 지역과 물류 목적지 각각의 지역에 통행증을 발급받아야 배송을 할 수 있는 상황이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 그룹은 중국내 각 협력사에 공문을 내려 보내 중국내 주재원들의 한국 철수를 권고하는 한편 설을 맞아 한국에 들어간 주재원들과 가족들은 당분간 중국으로의 복귀를 중단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또한 휴무 연장으로 생산 차질도 문제지만 춘절 연휴 동안 고향을 방문한 현지 직원들이 돌아온다고 해도 상황에 따라 바로 일을 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훈훈한 이야기도 있다

신종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가정과 학교, 회사 등 생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대구를 거쳐 들어오는 훈훈한 소식이 교민들을 위로하고 있어 감사해하고 있다.

지난 2일 대구시 상하이대표처 곽갑열 대표가 대구 미르치과(원장 박광범)에서 교민들을 위해 지원한 마스크 1차분 1,200장을 핸드캐리로 들고 들어와서 3일부터 상하이 대구경북출신 교민들과 상하이 이외 지역의 대구경북 진출업체와 교민 그리고 대구경북과 거래를 하는 중국 바이어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배포 안내가 시작 되자 상하이 지역 대구경북 출신교민들 뿐만 아니라 저장성과 강소성 지역 개인사업자 교민들의 요청도 많아지고 있다.

대구시 상하이대표처에 따르면 다음 주 미르치과에서 추가분 1,800장과 대구의료관광진흥원(원장 차순도)에서 1,000장 등 마스크를 교민들을 위해 보내오기로 되어 있다고 한다. 또한 대구의료관광진흥원에서는 상하이에 있는 대구의료 홍보센터를 통해 중국인들에게 별도로 2,000장을 배포 할 계획이다.

한편 상하이 시정부에서는 지난주 초부터 마스크 매점매석을 엄중하게 단속하고 있다. 상하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마스크를 구매하려면 거주지 주민위원회에 가서 거주증명을 받고 신분증을 지참해야만 상하이 시내 1,000여개 지정 약국에서 1인당 5매를 구매할 수 있다. 이 또한 각 약국마다 하루 1,000장만 판매를 해서 긴 줄을 서더라도 구하기가 아주 어려운 실정이다. 손소독제 역시 전부 동이 난 상태라 구하기가 아주 어렵다.

이런 가운데 교민들 단톡방에는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10만개든 100만개든 금액을 원하는대로 줄 터이니 구매하겠다거나 혹은 내가 수량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데 판매하겠다며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제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어 교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 모든 학교 2월 개학 불허, 허가 없이 등교 엄중 처벌

위생 방역업무 관련, 상해市 인민정부 발표문(2020.02.02)

1.2020년 개학일정

교육부의 지시에 근거해 중앙정부가 1급 방역상태에 돌입함에 따라, 학교를 임시 휴교한다. 2020년 2월 말 전 모든 학교의 개학을 불허하고, 개학일정에 관한 정부의 명령을 기다린다. 3월 이후 방역기준에 부합하는 준비가 된 학교는 정부 유관부서의 비준 후 개학할 수 있으나, 반드시 교통밀집을 피해 실시한다.

2.개학 전, 어떠한 학생, 교사도 학교로 복귀할 수 없다.

금일을 기점으로 이틀 내에 모든 학교는 각 학생과 교직원에게 2월 말 전, 학교로 복귀하지 말 것을 통보한다. 반드시 모두에게 고지가 되어야 하며, 한 사람의 미고지가 있어서는 안 된다. 특수한 상황으로 부득이 학교로 복귀해야 하는 경우 반드시 학교의 허가를 얻은 후, 시교육위에 신고한다. 본 명령을 위반하고 학교로 복귀하는 경우 엄중 처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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