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방부 '소보·비안 선정' 방침 발표 이후 군위 민심은…

입력 2020-02-05 17:38:08 수정 2020-02-06 09:25:04

'군위군민을 파렴치범으로 몰아 억울", "이젠 실리 챙길 때", "우보, 소보·비안 둘다 싫어"

경북 군위군 군위읍 시가지에서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이 우보 후보지 유치신청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현주기자
경북 군위군 군위읍 시가지에서 가족으로 보이는 일행이 우보 후보지 유치신청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다. 이현주기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과 관련, 국방부의 군위 소보·의성 비안 공동후보지 선정방침 발표 이후 군위군민들의 민심을 살펴봤다.

군위군민 상당수는 특별법이 정한 절차대로 주민투표를 하고 정상적으로 우보 후보지에 대한 유치신청을 했지만 타 지역에서 군위군을 비난하는데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또 일부는 이젠 국방부 발표를 수용하면서 실리를 챙기자는 의견과 군위 우보든 소보·의성 비안이든 모두 통합신공항 부지로 선정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 등으로 엇갈리기도 했다.

5일 오후 경북 군위군 군위읍사무소 인근 한 식당. 50, 60대로 보이는 주민 3명이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대화의 주된 주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이었다.

한 남성이 "아무리 생각해도 괘씸하다. 군위 땅에 공항이 들어오는 건데 받는 우리가 싫다면 끝인 거지, 왜 강요하고 몰아붙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군위군 소보면·의성군 비안면 공동후보지를 이전지로 선정하겠다고 밝힌 국방부의 지난달 29일 발표를 두고 하는 얘기다. 군위군민들은 지난달 21일 주민투표에서 74%가 공동후보지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는 "공동후보지는 애초부터 군위군이 반대했음에도 의성군이 원한다는 이유로 국방부가 후보지로 받아들였다"며 "한 지자체가 싫다는데 뒷일은 생각지도 않고 두 지자체가 걸쳐있는 후보지를 덜컥 받아들인 국방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옆에 있던 남성도 "국방부에 속았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는 "주민투표 이전에 국방부가 실시한 주민공청회에서 '공동후보지의 경우 한 단체장만 유치신청하면 어떻게 되는가' 등의 질문에 국방부 관계자는 분명히 '주민 뜻에 따라 지자체장이 유치신청하는 것이고, 공동후보지의 경우 두 지자체장이 유치신청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떠올렸다. 또 "국방부는 처음부터 주민투표 이후 벌어질 일을 알면서도 묵과했고, 지금은 소보·비안 후보지는 군위군수 신청 없이는 되지도 않는데 일방적으로 선정 방침을 발표했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남성은 "가장 기분 나쁜 것은 군위 사람들에 대해 '합의를 해놓고 불복하는 파렴치범'으로 몰고 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선정위원회에서 결정된 선정기준은 '주민투표 결과를 참조해 후보지 지자체장이 유치신청을 하고, 이후에 유치신청한 후보지 중에서 최종 이전지를 결정하는 잣대'를 말하는 것이라고 국방부가 배포한 '숙의형 시민의견 조사위원회 자료집'에도 버젓이 나와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군위군은 법과 절차에 따르고 있는데 외부에서 내용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를 파렴치범이라 손가락질하는 것이 지금은 제일 분하고 억울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자존심이 있지, 우보 아니면 절대 안 된다. 왜 국방부가 정당한 법 절차대로 유치신청한 우보에 대해 선정위를 안 여는지 모르겠다"며 "소보·비안은 의성군수만 유치신청해 선정위의 심의대상도 안 된다. 국방부가 군위군민의 동의나 군위군수의 유치신청 없이 통합신공항 이전지를 결정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해봐라. 그 다음은 법이 판단하지 않겠나"고 했다.

하지만 군위에 우보 후보지 아니면 안 된다는 강경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동후보지를 수용해야 한다',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방부가 소보·비안 공동후보지로 방침을 정한 만큼 우보 후보지에 대해 선정위원회를 열어도 최종 이전지로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과 함께 우보만 고집하다가는 통합신공항 이전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효령면 주민 김모 씨는 "우리가 국방부와 대적해서 이길 수 있겠나.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소보·비안 후보지를 수용하고 군위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 아닌가. 이제는 실리를 생각할 때 아니냐"라고 반문했다.

군위읍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 씨도 "우보를 대상으로 국방부가 선정위원회를 연다고 해도 우보의 손을 들어줄 것 같지는 않다. 우보 아니면 절대 안된다고만 할 게 아니라 무엇이 우리에게 이득인지 따져봐야 한다. 통합신공항이 무산된다면 군위도 대구경북도 모두 손해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냉정을 되찾을 때다. 지금까지 통합신공항 때문에 행정적 낭비는 물론 지역 갈등도 얼마나 많았나. 값비싼 대가를 치렀는데 무산보다는 소보·비안에라도 통합신공항이 들어와야 된다. 경제활성화를 생각하면 차선책이라도 받아들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물론 '우보와 소보·비안 둘 다 싫다'는 주민들도 있다. 우보면의 조모 씨는 "군위는 소보·비안에 대해서는 절대 유치신청 안 한다고 하니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개인적으로 군위에 공항이 들어서는 게 싫다. 우보와 소보·비안 다 반대한다. 주변에도 그런 사람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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