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대통령의 1000일, 국민에겐 분열·혼란의 시간이었다

입력 2020-02-05 06:30:00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0일을 맞은 3일 페이스북에 소감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출근하니 실장들과 수석들이 취임 1000일이라고 축하와 덕담을 해줬다"며 "'쑥과 마늘'의 1000일이었을까요?"라고 적었다. 이어 "돌아보면 그저 일, 일, 일…또 일이었다"며 "지금은 신종코로나라는 제일 큰일이 앞에 놓여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일들을 늘 함께 감당해주는 국민들이 계셨다"며 "취임 1000일을 맞아 국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자축(自祝)에 일을 많이 한 것처럼 자화자찬한 문 대통령의 취임 1000일 소감에 국민 대다수는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중국 우한 폐렴에 대한 정부의 우왕좌왕, 오락가락 대책에 국민이 분통을 터뜨리는 와중에 문 대통령의 뜬금없고 낯간지러운 1000일 자기 칭찬에 어안이 벙벙하다.

문 대통령은 "그저 일, 일, 일…또 일이었다"며 대통령으로서 심혈을 쏟은 양 지난 1000일을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이 겪은 1000일은 혼란·절망이 숱하게 점철된 시간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을 비롯해 주 52시간 근무제, 탈원전 등을 밀어붙여 경제는 추락하고 서민 고통은 커졌다. 조국 사태에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무력화 등으로 법치를 무너뜨리고 국민 분열을 심화시켰다. 조롱과 멸시에도 북한을 향한 짝사랑은 멈추지 않았고 한·미 동맹 균열 등 외교는 고립무원 신세가 됐다. 대한민국을 만든 가치·자산을 망가뜨린 1000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을 더욱 절망케 한 것은 문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이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올 초 긍정적 신호를 보이던 우리 경제와 민생이 예기치 않은 변수로 인해 다시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했다.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대통령 인식에 동의할 국민이 거의 없는 데도 총선을 의식해 문 대통령은 '경제 낙관론'을 고집하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대선 득표율 수준으로 추락한 결정적 원인은 1000일 소감에서 보듯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상황 인식과 턱도 없는 자화자찬으로 국민 염장을 지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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