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통시장의 소방안전 대책

입력 2020-02-12 14:30:00

도제헌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도제헌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도제헌 중부소방서 예방안전과

소방청은 지난해 전통시장 화재 발생 통계를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화재 발생 시간이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가 46.6%로, 사람이 없는 시간대에 집중됐다. 화재 원인은 전기적인 요인이 45.3%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2016년 11월 30일 서문시장 4지구에 839개 점포가 전소되고 460여억원의 재산 피해를 낸 화재도 인적이 드문 오전 2시 8분쯤 발생했다. 당시 화재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기적 요인으로 추정된다.

소방청은 전통시장에 대해 2018년 2차에 걸쳐 소방특별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화재안전등급을 A등급에서 E등급까지 분류하고, 특히 화재 위험이 높고 큰 피해가 우려되는 불량 수준인 E등급(60점 이하)은 소방청의 직접 관리를 받고 있다. 대구중부소방서 관내 26개 전통시장은 대부분 1980, 90년대 이전에 형성돼 건축물이 낡아 스프링클러, 옥내소화전 등 고정 소화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곳도 있다. 남문시장을 비롯한 D등급은 8개소, E등급(60점 이하)도 4개소에 이른다. 이들 시장은 여전히 영업 중이어서 화재나 재난 발생 가능성을 늘 안고 있다. 전통시장의 제도적, 구조적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내는 일이 절실하다.

첫째, 전통시장은 대규모 또는 50개 이상 점포로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한 곳이나, 일부는 점포가 수개 이내로 사실상 시장 기능을 상실했음에도 전통시장 등록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시장 상인들이 정부 지원금, 재개발 등의 지원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전통시장 등록권자가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이러한 실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E급 전통시장은 소규모이거나 영세 점포로, 관리 주체가 제 역할을 못하거나 소방안전관리자가 없어도 되는 대상으로 화재 등 안전관리가 매우 취약하다. E급 전통시장도 소방안전관리자 선임 대상으로 정하는 등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고 자율소방대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셋째, 시장 상인의 안전의식을 제고해야 한다. 시장 관계인은 소방시설을 설치, 유지 관리 의무가 있으나 일부 상인은 소화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옥내소화전 설비 등의 유지에 정부 지원을 당연시하고 안전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다. 안전의식 강화를 위한 교육 이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전통시장은 소방차의 신속한 진입 등 화재 대응 여건 조성이 필수적이다. 주택단지 내 시장의 경우 진입로가 협소하고, 불법 주정차와 고정형 진열 및 천막 등으로 신속한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다. 소방차 진입 공간 확보를 위한 예산이 필요하며, 소방관서와 시장 관계인이 협력하여 화재진압 대책을 논의하고, 중장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다섯째, 전통시장 전기시설 노후가 화재의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특별관리가 필요하다. 비닐 전선 및 문어발식 콘센트 사용, 감전사고 방지를 위한 전기기기의 미접지, 누전차단기 미설치 및 용량 초과 등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주기적인 전기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기타 가스 누설 탐지 장치 설치와 용기, 배관 등의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또 비상구 폐쇄, 불법 가설건축물 사용, 철근 노출,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화재 예방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안전관리가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운영주체 및 사용자 모두 관심을 갖고 불조심을 생활화한다면 반복되는 화재나 재난을 지금보다 훨씬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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