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을 대권후보 2위에 올린 문 정권의 오만

입력 2020-02-04 06:30:00

윤석열 검찰 총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 총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세계일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후보 2위로 조사된 것을 놓고 윤 총장은 "지속적으로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검찰총장에 대해 정치적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이 말대로 이번 여론조사는 현 정권에 대한 수사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공개하지 않은 것이 나았다. 그렇지 않아도 문재인 정권은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 기획'으로 매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문 정권이 연출하고 있는 참담한 국가적·정치적 현실을 가감 없이 비춰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동안 일각에서 '윤석열 대망론'이 가끔 나오긴 했지만, 현실성을 띠지는 않았다. 윤 총장도 정치할 생각이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 일반 국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여론이 윤 총장을 대권후보 2위로 꼽은 것은 1·2차 검찰 대학살과 친문 검사 기용, 검찰 직제 개편을 빙자한 문 정권 범죄 수사단의 해체 등 갖은 방법으로 정권 비리 수사를 막으려는 문 정권의 반(反)민주적 폭주와 오만이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이런 오만은 3일에도 재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호남 선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국민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기에 '선거사범 피의자'에게 선거 대책을 맡기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앞서 역시 '울산 사건' 핵심 피의자인 송병기 전 울산 부시장이 총선 출마 의사를 밝혔고 역시 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민주당이 '적격' 판정을 내렸다. 이들 모두 기소됐다. 그럼에도 출마 의사를 철회하지도, 부적격으로 수정하지도 않는다. 오만이 하늘을 찌른다. 선거에서 이기면 모두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오만의 절정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