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화'를 펼치다…이상화기념사업회 창간호 발간

입력 2020-02-05 11:43:29 수정 2020-02-05 20:25:12

대구의 대표적 시인들이 상화에게 바치는 헌시 등 수록

이상화 생가 현재 모습
'상화' 창간호

"3·1운동 100주년이 되었고, 상화가 떠난 지 76년이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38년 동안 살았던 대구의 생가 터가 복원되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관련자료들이 더 이상 소실되기 전에 체계적으로 수집해 생가 터에 작은 문학관이라도 만드는 것이 우리 사업회가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이상화기념사업회(이사장 최규목)가 최근 '상화' 창간호를 발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창간호는 도광의 '이상화', 조영일 '상화의 봄', 오탁번 '상화와 목우', 박방희 '상화', 구석본 '그날, 그때' 등 대구의 대표적 시인들이 상화에게 바치는 헌시로 시작한다.

본문은 상화의 정신과 시세계를 돌아보는 '상화논단'으로 서막을 연다. '이상화 시의 영원한 현재성(이기철 영남대 명예교수)' '봄날 성모당에서 이상화를 불러 보고 싶지만(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허무적 관능주의에서 민족적 저항시로의 도약(천영애 시인)' 등의 글이 실려 있다.

특히 상화의 손자인 이재철 씨와 대구에서 학교를 함께 다닌 오양호 인천대 명예교수는 '내 문학 기억공간의 전설'에서 달성공원에 우리나라 최초의 시비인 상화시비를 건립하게 된 사연과 그에 얽힌 각종 이야기, 어릴적 에피소드 등을 담고 있어 흥미를 끈다.

이상화 시인
이상화 생가 현재 모습

달성공원에 상화시비를 세운 사람은 언론인이면서 수필가였던 김소운이다. 특이한 것은 그가 상화와는 아무런 특별한 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상화를 모르면서 상화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상당한 규모의 사비를 털어 비를 세웠다. 오양호 교수는 달성공원 상화시비 제막식에 당초 오기로 했던 박종화 대신 카프문학의 대가로 꼽히는 박노아(본명 박영진)가 와 축사를 한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일제 강점기 막바지에 변절한 박종화가 어떻게 감히 상화시비 제막식에 와서 축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상화생가 위치도
이상화 시인

상화는 생전에 시집 한 권도 내지 않은 채 42세에 타계했다. 친구이면서 함께 독립운동을 한 시인 백기만이 해방 이후 상화의 시 16편을 발굴해 1951년 청구출판사에서 첫 시집을 발간했다. 그후 김학동 서강대 명예교수가 41편을 추가로 발굴했고, 여기에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가 10편을 추가함으로써, 현재 상화의 작품은 제목만 남아 있는 '서러운 조화' '먼 기대'를 포함해 시 67편과 문학평론 12편, 창작소설 2편, 번역소설 5편, 수필 및 산문 14편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학계에서는 상화가 활동하던 당시 발간된 인쇄본 문예지 '거화' 발견될 경우 상화의 시를 추가로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화생가 위치도

'상화' 창간호에는 또 역대 상화시인상 수상작과 대표작품, 수상소감, 심사평 등이 정리되어 수록돼 있고, 상화 현창 관련 글로 '향기 따라 걷는 길(심후섭)' '3·1운동 100주년 우국문인 현창문학제 관람기(설준원)'가 실려 있다.

최규목 이사장은 "향후 상화가 쓴 각종 작품을 추가 발굴할 뿐만 아니라, 상화 관련 논문·학술세미나 자료, 상화 관련 문인·학생의 흠모시 등을 지속적으로 수집해 매년 '상화'를 발간하고, 이들 자료를 모아 상화 생가가 복원될 때 아카이브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41쪽, 비매품.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