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평온 상징 '클래식 블루', 신념에 부합하는 윤리적 소비
수년전부터 패션 시장에 '콜라보'(콜라보레이션) 열풍이 불고 있다. 기존에 의류 동종업계간 위주의 협업에서 나아가, 의류와 식음료, 게임 등 전혀 관련 없을 것 같던 업계간 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 유명한 과자나 아이스크림의 색상, 로고 등을 의류에 적용하는 신선한 방식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에는 주류업계나 자동차업계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는 익숙한 것에 대한 감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와 개성을 중시하는 주요 소비 세대들의 취향을 제대로 꿰뚫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그 해를 주름 잡은 패션 트렌드는 곧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의미한다. 나아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가 되기에, 매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올해의 패션 트렌드 키워드를 짚어본다.

◆팬톤 컬러 '클래식 블루'
매년 '올해의 색'을 발표하는 미국의 색채 연구소 팬톤(Pantone)이 올해 대표 컬러로 '클래식 블루'를 선정했다.
팬톤에 따르면 해질녘 하늘의 어스름을 표현한 클래식 블루는 짙고 어두운 네이비 블루와 밝고 연한 스카이 블루의 사이에 있는 색상이다. 불확실한 시대에서 견고한 신뢰와 안정감, 평온함을 상징한다. 팬톤은 "클래식 블루는 정신적 평화와 평온을 가져다주며, 변화하는 시대에 안정적인 기반을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염원을 내비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특히 클래식 블루 패션 아이템은 포근함을 더하는 아이보리와 베이지 컬러, 신뢰감을 더하는 그레이 색상과 잘 어울린다. 또한 보색인 오렌지 색상으로 포인트를 주면 세련된 느낌을 더할 수 있다.
패션업계도 클래식 블루 컬러를 활용한 아이템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LG생활건강의 뷰티계열 VDL은 최근 '2020 팬톤 컬렉션'을 출시했다. 쿠션과 프라이머 등 기존 베스트셀러 제품 겉면을 클래식 블루 색상으로 꾸몄다. 클래식 블루의 평온함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것이 콘셉트다.
이외에도 대구신세계백화점의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인 분더샵은 클래식 블루 원피스와 청버뮤다데님, 청라운드티, 하이탑슈즈 등을 선보였다. 독일 잡화매장 아이그너도 클래식 블루 색상의 지갑과 토트백을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신세계 관계자는 "클래식 블루 색상은 차분한 느낌을 주고, 어떤 색상과 매치하느냐에 따라 세련미를 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버뮤다 쇼츠
지난해, 몸에 딱 달라붙는 스타일의 '바이커 쇼츠'가 유행했다. 바이커 쇼츠는 자전거를 탈 때 입는 스판덱스 소재의 바지. 무릎 위로 오는 기장에다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크게 대중화되진 못했다.
다만 올해는 버뮤다 쇼츠가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인다. 버뮤다 쇼츠는 무릎 위까지 오는 반바지로, 미국의 휴양지 버뮤다제도의 원주민들이 착용하던 복장에서 유래됐다. 바이커 쇼츠와 달리 통을 넉넉하게 입어 편안함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버뮤다 쇼츠는 자켓과 함께 매치해 수트로 입으면 스타일리시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 무릎 밑으로 내려오는 다소 어중간한 기장일 경우, 다리가 짧아보이지 않도록 힐을 신는 것이 좋다.

◆데일리룩 자리잡은 레깅스
레저활동 인구의 증가로 지난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애슬레저룩 '레깅스'가 올해도 유행을 선도할 전망이다.
레깅스는 기존에 실내 일상복이나 요가복으로 입었지만, 최근 다양한 액티비티룩 뿐만 아니라 데일리룩으로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등산, 트레킹 등 가볍게 레저 활동을 즐기는 2030 밀레니얼 세대가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레깅스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이에 따라 레깅스 시장 규모도 2013년 4천335억 원에서 2018년 6천958억 원 규모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추세다. K2, 네파, 블랙야크 등 국내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에서도 최근 아웃도어 전용 레깅스 상품 출시를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 대구점도 오는 9일까지 4층 여성관 특설매장에서 '파슬리웨어' 애슬레저복 인기 상품전을 연다. 대표 상품인 ▷브레스 레깅스 ▷글램 티셔츠 ▷베러 티셔츠 등을 신년맞이 특별 프로모션으로 1+1 판매한다.
선영일 롯데백화점 대구점 여성패션팀장은 "최근 많은 여성들이 레깅스를 데일리룩으로 활용하면서, 기능성과 핏감을 우선으로 하는 레깅스가 인기몰이를 할 것"이라며 "특히 올해는 다양한 브랜드에서 기능성 레깅스를 출시할 것으로 예고해 대세 아이템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개인 취향과 소신 뚜렷해져
한편으로는 소비자 개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뚜렷해지면서, 예년에 비해 천편일률적인 유행이 다소 흐릿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패션연구소는 최근 2020년 패션 시장 전망을 발표하면서 'REASON'(명분)을 주요 키워드로 제시했다.
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신념소비' 트렌드가 뿌리내리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이 필요한 상품이더라도 각자의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브랜드라면 결코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 지난해 '유니클로' 사태가 대표적이다. 일본 성노예 문제를 연상케 하는 유니클로의 부적절한 광고가 곧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대신 환경보호 등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윤리적 패션 브랜드들이 자리잡아가는 모양새다. 즉 단순히 수요와 공급에 따라 소비가 결정되는 시대가 아닌, 자신의 성향과 소신에 맞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추세가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삼성물산패션연구소 관계자는 "소비자로 하여금 브랜드를 찾아올 명분, 브랜드를 구입할 명분, 궁극적으로 브랜드를 사랑할 명분을 제시하는 것이 올해 패션 브랜드들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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