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구대에 치매 걸린 노모 놔두고 사라진 50대
자식도 문전박대. 노인전문보호기관도 관할 따져
50대 딸이 80대 노모를 경찰지구대에 모셔놓고 사라진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구시내 한가운데서 일어난 '현대판 고려장'이다. 치매 증상이 있는 노모는 경찰지구대에서 하룻밤을 보내야만 했다.
A(80) 씨가 대구 수성구의 한 경찰지구대로 큰 딸 B(57) 씨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선 것은 지난달 30일 오전 1시 30분쯤이었다. 어머니 문제로 상담을 하러 왔다던 B씨는 알 수 없는 주제로 노모와 언쟁을 벌였다. 그로부터 10여분 뒤.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지구대를 나선 B씨는 끝내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치매 증상을 보였다. A씨를 본 경찰관들은 "말하는 게 약간 이상했다. 꿈이야기를 하는 등 망상도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경찰은 A씨에게 가족들의 연락처를 물었다. 그러나 자식들이 입을 피해를 우려한 것인지 A씨는 말을 아꼈다. A씨는 "자식들은 잘하고 있다. 볼 일이 있어 바쁠 거다"며 감싸 돌기만 했다.
경찰은 A씨가 갖고 있던 지인의 전화번호를 찾아내 전화를 걸었다. A씨에게 두 딸과 아들 한 명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구대에 함께 왔던 사람이 큰 딸일 것으로 짐작한 경찰은 B씨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러나 경찰이 현관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눌러봤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문전박대'를 당한 경찰은 난감해졌고, A씨는 결국 지구대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이날 아침, 인근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온 직원들도 난처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A씨의 거주지가 경북 영천이었던 것이다. 대구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남부와 북부 두 곳. 노인들을 임시로 보호하는 '쉼터'라는 시설이 있지만 최대 5명까지만 수용할 수 있는 데다 4대 중증질환자와 치매환자는 입소가 어렵다고 했다. 그것도 실거주지가 대구인 노인만 입소할 수 있다고 했다.
30일 오전 11시, 지구대에 온 지 9시간을 훌쩍 넘기고서야 A씨는 경북노인보호전문기관으로 이관됐다.
경찰지구대 한 관계자는 "치매에 효자 없다지만 부모는 자식들이 잘하고 있고 바빠서 연락이 안 되는 거라며 그저 자식 걱정 뿐인데, 자녀들은 연락도 안 받고 문도 안 열어주니 답답한 노릇"이라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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