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우려에…대중교통·목욕탕 이용 NO

입력 2020-01-30 17:05:12 수정 2020-01-31 10:15:02

"폐렴 걸릴라" 평소보다 이용객 크게 줄어
'중국인·여행자 출입 금지' 내건 사우나도

대구 달서구 한 목욕탕 로비에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해 중국인 방문객이나 중국을 최근 방문한 이들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근우 기자
대구 달서구 한 목욕탕 로비에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해 중국인 방문객이나 중국을 최근 방문한 이들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김근우 기자

30일 오전 대구 달서구의 한 공중목욕탕. 기자가 로비에 머무른 한 시간 동안 목욕탕 입장객은 한 명도 없었다. 관리인은 한숨만 푹푹 내쉬며 잔뜩 쌓인 수건만 몇 번씩 정돈했다. 이곳 목욕탕 관계자는 "우한 폐렴이 퍼지면서 손님이 많이 줄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한 헬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평소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는 스쿼트 랙도 이날만큼은 텅 비어 있었고, 불편을 감수하고 마스크를 낀 채 운동하는 이도 있었다. 헬스장 한 트레이너는 "항상 오는 분들을 제외하면 이용자가 많이 줄었다. 폐렴 때문에 주저한다는 이들이 많은 거 같다"고 했다.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대중교통이나 목욕탕, 헬스장 등 공동시설을 기피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 대구에는 확진자가 없지만, 잠깐의 방심이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출근시간대 대중교통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쉽게 감지할 수 있다. 30일 오전 대구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 승강장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한 탑승객 A(23) 씨는 "지하철처럼 고립된 공간에서는 불안해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할 것 같았다"고 했다.

도시철도에서 내려 갈아탄 시내버스에서도 탑승객 8명 중 7명이 마스크를 낀 채 서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버스에서 만난 50대 여성은 "평소 건강이 좋지 못한데 우한 폐렴 탓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빨리 백신이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북 포항북구보건소 기동방역팀이 29일 포항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 방역을 하고 있다. 포항북구보건소는 포항역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매일 2회 이상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경북 포항북구보건소 기동방역팀이 29일 포항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차단 방역을 하고 있다. 포항북구보건소는 포항역 등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매일 2회 이상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이처럼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면서 아예 중국인이나 최근 중국을 방문한 이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 달서구의 한 목욕탕은 최근 로비에 '우한 폐렴의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중국인 방문객과 최근 중국을 다녀온 분들의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사우나 측은 "안전한 이용을 위한 운영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사우나 이용객 B씨는 "병의 근원이 중국이고, 누가 병에 걸렸는지 겉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으니 금지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반면 또 다른 이용객 C씨는 "중국인 모두가 병에 걸린 게 아닌데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금지하는 건 인종차별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동시설 이용을 통한 감염병 전염 가능성을 줄이려면 컨트롤타워 차원의 정확한 감시 체계 작동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경수 영남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탈의실이나 목욕탕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될 개연성은 충분하다"며 "대구시 감염병 관리 사업지원단 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감시 체계를 정확하게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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