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확대 아쉽지만 현실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 나와
학교 교육과정 내실화가 바람직한 방향 지적
특목고, 자사고 일률적 폐지는 지양에 무게
학교 관리자 의지와 교사 역량이 수업 바꿔
2025 시행 고교학점제가 변화 기폭제될 것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말하면 흔히들 교육을 떠올린다. 그런 만큼 당장 눈앞의 상황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입제도만 해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뀐다.
우리 사회는 해결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교육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주요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박경현 대구가톨릭대학교사범대학부속 무학고 교장(이하 박), 이진학 대구 청구고 교무부장(대구교무부장협의회장·이하 이), 류명호 경북도교육청연구원 경북진학지원센터 파견교사(이하 류), 김기영 매일신문교육센터 연구실장(이하 김)의 얘기를 들어봤다.

-작년 말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단순화하고 수능 위주인 정시를 확대하는 게 골자였다. 정시를 늘리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의견도 그렇다. 이 방안에 대한 의견 및 대비 방안,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개편 방향은?

▶이=정시 확대가 바람직한 방향이라 보긴 어렵다. 하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 한 정시 비중을 늘리는 데 동의한다. 물론 100% 정시로 돌릴 수는 없다. 정시와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할 필요가 있다.
▶박=학생부 중심의 수시 전형과 수능시험 중심의 정시 전형 중 어느 것이 더 공정한지는 토론의 여지가 많다. 수시는 학교와 교사의 역량에 의존하는 요소가 많고, 정시는 교육 여건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제도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제도가 잘 정착되도록 수정, 보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입제도를 숱하게 겪었다. 하지만 어떤 경우도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건 없었다. 학생부 중심의 대입제도도 시행 초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 제도의 호불호가 아니라 제도가 바뀌는 절차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제도가 정착될 때쯤이면 바뀌어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 너무 잦다.
▶류=수능 위주 전형은 일정 부분 유지될 필요성이 있다. 내신성적을 잘 관리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재도전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난 경험에 비춰보면 창의성이나 다양성 교육이란 목표를 담아내지 못한다. 교육계에서 많이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학생부종합전형은 실시 단계에서 제기된 문제점들을 수정, 진화해왔다. 이번 방안은 수정을 위한 숨 고르기 기회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김=이 방안의 핵심 내용을 정시 확대, 수능 학습 강화로 보는 것은 미시적 해석일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정규 교육과정 외의 활동을 대입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니, 비교과활동으로 불리는 창의적체험활동의 경쟁력이 없어 내신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들 한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학생부 기재 내용과 글자 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교육과정 안으로 넣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학교 간 교육과정의 편차가 곧 학생 개인의 편차로 연결될 수도 있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객관식, 단답형 중심 시험보다 서술, 논술형 평가를 도입하고 수행평가의 실질 반영비율을 늘려 학생부의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부분을 충실히 채워나가야 한다.
-정부는 2025년까지 국제고,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 등을 일괄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교육의 자율성, 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한 평가와 대안은?

▶류=모든 고교를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특목고인 과학고와 외국어고가 실제 과학, 외국어 교육을 중점적으로 학습하기 위해 운영됐는지 의문이다. 이 제도는 고교 서열화를 위해 고교에 서로 다른 이름만 붙인 꼴로 작용했다.
일률적인 일반고로의 전환이 불합리하다 말하기 전에 특목고가 편성 취지에 맞게 교육과정에 변화를 줘야 한다. 또 대입에서도 일반고와 구별, 고교 형태별 경쟁이 돼야 할 것이다.
▶이=국제고, 자사고 등의 설립 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실제 이들 대부분은 선행학습의 주범으로 전락하며 좋은 대학 입학을 노리는 곳으로 변질된 게 사실이다. 다만 강제적으로 전환시키기보다는 고교 자체적으로 본래 취지에 맞게 교육할 경우엔 일부를 유지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박=교육은 보편성과 수월성 교육이라는 두 가치를 조화롭게 추구할 필요가 있다.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도 중요하다. 하지만 수월성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욕구도 엄연히 존재하는 걸 외면해선 안된다. 정부가 시작한 교육제도의 존폐 여부는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들의 수요, 학교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대구만 해도 이미 2개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했다. 교육 여건의 변화에 따라 학교 스스로 운영 방식을 바꾼 것이다. 정부가 만든 제도의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 학교조차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게 한다면 앞으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김=특목고와 자사고가 일률적으로 폐지된다고 일반고의 경쟁력이 높아질지 의문이다. 그런 학교가 없던 시절에도 명문고와 교육특구는 존재했다. 교육의 공정성과 자율성은 지역 단위에서 생각해야 한다. 수도권보다 지역에서 학령인구 감소 문제가 더 심각하다.
2025년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그 때 우리에게 필요한 학교는 어떤 학교인지를 고민하면 해결책이 보일 것이다. 이제 수도권 중심의 교육 방식이 지역에서 통하지 않는다. 지역 입장에서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각자 자신의 색깔을 유지할지 결정하면 된다.
-교실 수업을 개선하자 입시 위주 교육을 탈피하자는 말이 하루 이틀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지 큰 방향만이라도 제시해준다면?

▶박=문제 풀이 중심의 강의식 수업을 탈피,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바뀌려면 학교 관리자와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학교 관리자의 의지와 교사의 역량에 따라 학교가 차별화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별, 학교별로 차이가 다시 생기는 게 또 다른 과제다. 특히 학생의 학교 선택권이 없는 평준화 지역은 학교 간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청 단위의 지도와 연수가 필요하다.
▶김=2025년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서 답이 보인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시행과 더불어 학생들은 진로선택과목에서 평가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내신을 잘 받기 위한 학습'이 아니라 '과목에 대한 흥미를 기반으로 한 학습'으로 바뀌는 출발점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학습권의 자유를 누리는 것이다. 독서도 교과와 연계해 시행할 경우 그로 인해 발전한 역량을 학생부(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 기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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