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니·불량소년·국악가수…대구 유튜브 크리에이터 3인

입력 2020-01-27 18:00:00

‘대학생 브이로그’ 김소연 씨·‘시니어 패션스타’ 박치헌 씨·‘국악가수’ 권미희 씨
10대 청소년 “네이버보다 유튜브에 먼저 검색”…유튜버, 신뢰직업군 4위 차지

왼쪽부터
왼쪽부터 '대학생 브이로그' 김소연 씨·'시니어 패션스타' 박치헌 씨·'국악가수' 권미희 씨

이달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무척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관심이나 흥미 있는 주제가 있을 때 이용하는 경로로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37.3%)이 포털 및 검색엔진(33.6%)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 이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의 98.1%는 유튜브였다. 또한 이들이 가장 신뢰하는 직업군으로 ▷교육자(3.34점) ▷법조인(3.00점) ▷언론인(2.89점)에 이어 1인 크리에이터(2.84점)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활자보다 영상이 더 익숙한 세대로 변화하는 시대다. 이들이 관객이라면, 무대는 바로 유튜브. 날이 갈수록 무대에 올려지는 콘텐츠들은 더 다양하고 탄탄한 정보로 관객을 맞고 있다.

대구에도 각양각색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활동 중이다. 타인과 함께 삶의 희노애락을 나누며 성장해나가는 이들 3인을 만나봤다.

유튜브
유튜브 '니니의 성장일기' 채널을 운영하는 김소연 씨. 이연정 기자

◆'니니의 성장일기' 김소연 씨

"다 큰 성인이 무슨 '성장일기'냐고요? 때로는 좌충우돌, 때로는 즐거움 가득한 내 경험의 기록들이 누군가의 새로운 도전에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좋겠어요."

대학생 김소연(23) 씨는 일주일에 한 번, 특별한 일기를 쓴다. 유튜브 '니니의 성장일기' 채널에 소소한 일상을 담은 브이로그(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를 올리는 것. 아르바이트나 인턴 생활,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에서 일어난 일부터 첫 여권 발급, 수박화채 만들기까지 다양한 경험들이 영상의 재료가 된다. 김 씨는 "내가 여러가지 상황을 겪으며 느낀 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니니의 성장일기' 구독자는 1천150여 명을 훌쩍 넘었다. 김 씨의 바람대로 또래들이 서로 소통하며 성장해나가는 공간으로 꾸며지고 있다. 김 씨는 "댓글에 누군가가 '내일이 아르바이트 채용 면접이라 떨린다. 면접 때 어땠느냐'라고 질문을 남기기도 한다. 그러면 또다른 사람들이 조언을 해주거나, 내가 기억을 떠올려 '꿀팁' 같은 걸 줄 때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무엇보다 사회에 밝은 영향을 미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고 했다. 유튜브를 시청하는 주연령대가 초등학생인데 비해, 수익 등을 목적으로 너무 자극적인 콘텐츠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 김 씨는 "유튜브는 잘만 활용하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된다"고 강조했다.

학업과 병행하기에 힘이 들지만, 그녀는 지금처럼 매주 하나씩 부지런히 영상을 올릴 예정이다. 김 씨는 "일기장을 책꽂이에 꽂듯 영상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보면 뿌듯하다. 또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할 때 정말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남성패션 관련 정보를 전하는
유튜브와 블로그에서 남성패션 관련 정보를 전하는 '불량소년' 박치헌 씨. 이연정 기자

◆'불량소년' 박치헌 씨

시니어 모델의 전성시대다. 뛰어난 스타일 감각으로 SNS나 광고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오르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구에도 길거리를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인싸' 시니어가 있다. 유튜브 '불량소년' 채널의 주인공 박치헌(66) 씨다. 롱피코트 안에 몸에 딱 맞는 수트를 입고, 깔끔하게 쓸어올린 머리와 선글라스를 낀 그의 모습을 모두들 신기한 듯 바라본다.

그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인 동시에 블로거다. 2011년부터 매일 블로그를 통해 그날 입은 복장과 복식 정보를 꾸준히 전해오고 있다. 박 씨는 "어느날 지역의 한 패션디자인과 교수가 사무실에 찾아와 유튜브를 해보자고 제안했고, 현재 블로그와 유튜브를 병행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글로 표현하는 것과 말로 표현하는 분명히 다를 터. 대본도 없어 처음에는 애를 먹었다. 박 씨는 "혼자 얘기하려니 힘들기도 하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 다만 글은 교정이 가능하지만 한번 내뱉은 말은 그럴 수 없으니, 신중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가 유튜브에 올린 콘텐츠는 ▷캐주얼 수트 잘 입는 법 ▷남성구두 오래오래 신는 법 ▷남성의 심볼, 넥타이 종류와 활용 ▷겨울 멋쟁이를 위한 남성용 겨울 코트 활용 등이다. 이 중 '남성복 제대로 잘 입는 법-불량소년의 패션 컨설팅' 영상은 조회수가 2천회에 육박하기도 했다. 박 씨는 "봄이 다가오고 있으니 예복 관련 시리즈를 준비 중이다. 앞으로 계절에 맞는 패션 정보를 전하려 한다"고 했다.

또한 박 씨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전하지 않는 삶은 죽은 목숨이나 매한가지라는 생각"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이 싫다. 이제껏 살면서 희노애락을 다 겪고보니, 젊은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내가 아는 것을 전해주며 남은 인생을 더 멋있게 살고싶다"고 전했다.

유튜브 구독자 4만5천 명을 보유한 국악가수 권미희 씨. 이연정 기자
유튜브 구독자 4만5천 명을 보유한 국악가수 권미희 씨. 이연정 기자

◆'국악 크로스오버 가수' 권미희 씨

국내에서 최초로 손꼽히는 국악 크로스오버 가수 권미희(36) 씨는 구독자 4만5천 명을 보유한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다. 유튜브를 개설한 지 1년 남짓밖에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꽤 많은 수다. 트로트뿐만 아니라 일반 가요, OST 등을 국악 버전으로 불러 40~50대 연령층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권 씨는 "국악도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고, 대중과 어우러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특히 젊은층일수록 국악을 직접 찾아서 듣는 이들은 거의 없지 않나. 좀 더 친근하게 국악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자 국악 버전 노래 커버(따라부르기)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권 씨가 유튜브에 올린 130여 개 영상 중 최다 조회수를 기록한 것은 가수 노라조의 '형' 커버곡이다. 지난해 이맘때쯤 영상을 올렸는데, 벌써 34만 회를 훌쩍 넘었다. 영상에는 '지나온 삶의 흔적들이 생각나 눈물이 난다'와 같은 내용의 댓글 1천여 개가 달렸다.

권 씨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이 노래로 위안을 얻는 경우가 많다. '젊은 인생아, 져도 괜찮아. 넘어지면 어때'라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사를 국악 창법으로 불러 더욱 절절히 와닿는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권 씨의 꿈은 '평생 노래하는 사람'이 되는 것. 그녀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도 한국의 전통 음악을 알리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싶다"며 "최근 외국인들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나중에 팝송이나 외국 민요도 한국 정서로 풀어낸다면 외국인들이 우리의 '한(恨)'이라는 것을 비슷하게나마 느끼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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