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료 10년, 앞으로의 길을 묻다] <4·끝>한국형 통합의료 서비스 모델은?

입력 2020-01-28 09:01:39 수정 2020-02-04 16:53:42

'의학+한의학+치유 프로그램' 환자에게 서비스…의사·한의사 2인1조 진료, 통합치유센터 운영 필수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전인병원 전경.
늦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전인병원 전경.

일본 도쿄대 의학부 심장외과 명예교수인 아쓰미 가즈히코 박사는 2005년 그의 저서 '왜 지금 통합의료인가-자신을 지키는 환자학'에서 동양의학, 전통의학 등의 의료수단을 지금까지 서양의학에서는 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치료의 요소로 통합하자고 주장한다. 즉 환자 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를 생각해서 그것을 의료 현장에 도입하자는 것. 환자는 각각의 증상이나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서양의학 일변도의 생각에서 벗어나 환자에게 적합한 모든 의료의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전방위 의료'라고 통합의료에 대해 설명했다.

우리나라도 환자중심의 통합의료를 지향하는 첫 의료기관인 전인병원을 개설하고 운영에 들어간 지 수년이 흘렀지만, 법적 제도적 뒷받침 없이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환자를 최우선 가치에 두는 치료에 대해서는 당위적으로 동의하지만, 통합의료의 주축인 의학과 한의학의 결합에 대해서는 두 의학계에 높은 장벽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부도 통합의료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 마련이 되어 있지 않다. 통합의료진흥원이 이에 대한 정책과제를 맡아 최종 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결국 대구 전인병원 운영 사례가 향후 정책의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한의사 한 곳에서 '2인1조' 진료

사실 '통합의료'(CIM, Comprehensive and Integrative Medicine)라는 개념은 외국에서 낯설고 사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서양의학이라는 제도권 의학에 속하지 않는 치료법의 사용 형태에 따라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이라는 용어로 정의한다. 우리나라는 의학과 한의학을 접목시킨 통합의료라는 정의가 여러 연구에서 존재하며, 이는 외국의 보완대체의료라는 개념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통합의료는 국내에서 독립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의학, 한의학이 서로 다른 다양성을 인정하고 동등한 입장에서 치료를 병행함과 동시에 치유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양한방 협진, 보완대체의료, 통합의학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또한 통합의료는 의학, 한의학, 치유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다학제 진료와 같은 개념으로 한자리에서 환자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임희 대구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의학과 한의학을 병행치료하고 치유 프로그램을 동시에 실시하기 위해 "통합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는 의사와 한의사의 수를 1대 1로 채용하고, 각 진료과별로 2인 1조 형태로 근무할 수 있도록 유지해야 한다"며 "동시에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여러 전문가들이 한 공간 한 자리에서 환자를 대면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필수"라고 말했다.

전인병원 내 통합치유센터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환자들.
전인병원 내 통합치유센터 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환자들.

◆병원내 통합치유센터 운영이 필수

우리나라는 현재 대구의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200개 병상)과 전남 장흥 통합의료한방병원(100개 병상)이 통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충청권의 충주에서도 통합의료 병원이 예정되어 있다.

통합의료가 추구하는 서비스 모델이 '의학+한의학+치유 프로그램'이므로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통합치유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환자에게 서비스되어야 한다.

통합치유센터의 치유 프로그램에는 ▷연주회(하모니카, 작은 음악회) ▷색칠교실 ▷도서 낭독회 ▷요가교실 ▷레크리에이션(빙고게임, 오후의 찻집) ▷무료 영화 상영 ▷종교 활동 등 다양하다.

또한 통합치유센터에서는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안마의자, 샌드 베드, 아쿠아 베드, 산소 캡슐, 편백 전신욕기, 족욕기, 원적외선 방석, 원적외선 돔 등의 장비 구비가 요구된다.

통합치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 전인병원은 매년 8천명 이상의 환자들이 이곳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병동 입원 환자들이 대다수를 이루며, 그중 암 환자가 90%가량 차지했다.

통합의료를 환자에게 구현하기 위해서는 의사와 한의사가 같은 공간에서 환자와 대면하고 치료를 논의하는 '통합의료 진료실'이 필요하며,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통합치유센터가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전인병원 손기철 병원장은 "현행 제도 아래서 통합의료는 일반병원 또는 한방병원 중 하나를 골라 의료기관 유형을 선택해야 해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통합의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통합의료병원이라는 카테고리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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