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천만 시대 반영…동물 소재 영화 '풍성'
예전 명절 극장가는 큰 흥행 시장이었다. 그래서 대작 오락영화가 한두 편 끼어 있기 마련. 그러나 요즘은 연중 고르게 평준화되어 명절 대작은 실종. 대신 장르적인 특성은 뚜렷하다. 올 설 연휴 극장가는 코미디 가족영화가 장악했다. 지난해 설 연휴에 개봉해 초대박을 친 '극한직업'의 영향일까.
'미스터 주:사라진 VIP'와 '히트맨'이 주도하고, 웰메이드 정치스릴러 '남산의 부장들'이 가세하면서 한국영화 일색인 것도 이번 설 극장가의 풍경이다. 특히 동물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아 반려동물 1천만 시대의 세태를 반영해주고 있다.

◆동물과 말이 통한다면…아예 동물이 돼?
'미스터 주:사라진 VIP'와 '해치지 않아', '닥터 두리틀'이 동물을 소재로 한 코미디영화다. 이번 주 개봉된 '미스터 주:사라진 VIP'는 할리우드영화 '닥터 두리틀'처럼 말하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한국영화다. 국가정보국 에이스 요원 주태주(이성민)는 중국에서 온 특사 판다의 경호를 맡는다. 그러나 판다를 탈취하려는 범죄 조직을 쫓다가 사고를 당하고, 깨어보니 동물들의 말이 들리기 시작한다. 태주는 군견인 셰퍼드 알리와 공조해서 사라진 판다를 찾아 나선다.
말을 하는 동물들을 컴퓨터 그래픽(CG)으로 구현했다. 할리우드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국영화로서는 색다른 시도다. 김서형, 아역 갈소원 등이 출연하고 동물들의 목소리 연기에는 신하균, 김수미, 이선균 등 쟁쟁한 배우들이 참여했다. '재심'의 김태윤 감독 연출작.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닥터 두리틀' 또한 동물들과 말이 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두리틀(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모험을 그린 가족영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세상과 담을 쌓고 동물들과 지내는 주인공. 어느 날 여왕에게 불치병이 생기면서 왕국마저 위험에 빠진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닥터 두리틀은 고릴라와 오리, 원숭이, 북극곰 등 친구들과 함께 모험을 떠난다.
에디 머피 주연 '닥터 두리틀'(1998)의 새 버전이다.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해 속편까지 나왔다. 10년 이상 지키던 아이언맨을 은퇴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이미지 쇄신에 도전한다. 101분. 전체 관람가
안재홍 강소라 박영규 주연의 '해치지 않아'도 동물을 소재로 하고 있다. 망하기 직전의 동물원에 새로 부임한 원장과 팔려간 동물 대신 동물로 근무하게 된 직원들의 기상천외한 미션을 그린 영화. '동물 없는 동물원에서 동물 탈을 쓰고 동물행세를 한다'는 기발한 상상을 그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달콤, 살벌한 연인'과 '이층의 악당'을 연출한 손재곤 감독작. 117분. 12세 이상 관람가

◆생활형 '아재' 감성의 '히트맨'…웰메이드 정치극 '남산의 부장들'
배우 권상우는 '탐정' 시리즈로 새로운 캐릭터를 그려냈다. 생활형 액션 코믹 이미지다. 아내와 딸의 구박을 받지만, 악당에 맞서 정의를 세우는 '아재' 감성이다. '히트맨'에서는 이런 이미지를 더욱 확장시켰다.
잘나가던 암살요원이 국정원을 탈출해서 웹툰 작가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간다. 15년이 흐른 지금 그는 연재마다 악플에 시달리고, 아내의 핀잔에 중학생 딸의 업신여김을 받는 아재가 돼 있다. 어느 날 술김에 과거 암살요원으로 활약하던 때의 일을 만화로 그려 폭발적인 반응을 얻는다. 그러나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이중 타깃이 된다. 비범한 과거를 숨긴 채 찌질한 현실을 살고 있는 중년 남자의 모습이 과장이 있긴 하지만 공감을 자아낸다. 정준호가 국정원 요원으로 함께 출연한다.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

'남산의 부장들'은 코믹 영화 일색인 설 연휴 극장가의 유일하게 묵직한 영화다. 10·26 사태라는 한국 현대사의 대사건과 그 이면을 그린 정치스릴러다. 박정희 정권 18년간 중앙정보부의 부장들을 조명한 논픽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 중에 1979년 10월 26일 궁정동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하기까지 40일간의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췄다.
실재 인물의 이름 대신 박통(박정희), 김규평(김재규), 박용각(김형욱), 곽상천(차지철) 등 가명으로 등장한다. 영화적 상상력을 키우고, 왜곡과 미화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다.
영화는 궁정동 사건이 있기 40일 전, 박 대통령(이성민)에게 버림받은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곽도원)이 미국 청문회에서 유신정권의 실체를 폭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를 막기 위해 현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과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이희준)이 나서지만 둘은 피할 수 없는 갈등을 빚기 시작한다. 제2의 권력자였던 김규평은 대통령의 총애를 받던 곽상천에게 번번이 밀리며 수세에 몰린다. 부마사태의 대책을 두고 대통령과 마찰을 빚던 그는 마침내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누구나 아는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만큼 스토리 자체에 대한 호기심 보다는 사건 발생의 배경에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 몰입감을 더한다. 이병헌이 권력다툼의 환멸과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 등에 휩싸인 김규평 역을 압도적으로 연기한다. 여기에 이성민과 이희준, 곽도원이 실존인물과 싱크로율 높은 연기를 보여준다.
'내부자들'과 '마약왕'을 잇는 우민호 감독의 이른바 '욕망 3부작'의 완결편이다. 70년대 시대 묘사를 위해 208억원(손익분기점 500만 명)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아이들을 위한 가족 애니메이션 두 편도 주목
'스파이 지니어스'(감독 닉 브루노, 트로이 콴)는 색다른 상상력으로 무장한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이다. 잘 나가는 슈퍼 스파이와 별난 천재가 세상을 구하기 위해 극한의 팀플레이를 펼치는 스파이 액션이다.
제목처럼 스파이와 지니어스(천재)의 만남과 성장을 그린 영화다. 전 세계를 위협하는 불법 무기 거래 첩보를 입수한 스파이 에이전트는 슈퍼 스파이 랜스(윌 스미스)를 파견한다. 하지만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정체불명의 빌런 킬리언(벤 맨델슨)은 랜스로 위장해 무기를 훔치고 그를 함정에 빠트린다. 무기를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스파이 에이전트에게까지 쫓기게 된 랜스는 킬리언에 맞서기 위해 MIT 출신의 엉뚱한 천재 월터(톰 홀랜드)를 찾아간다. 그러나 월터가 실험 중인 의문의 액체를 마시고 비둘기로 변해버린다. 익숙한 히어로 무비에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얹은 애니메이션이다. 한국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가 삽입돼 관심을 끈다. 102분. 전체 관람가
'오즈의 마법사:요술구두와 말하는 책'은 새롭게 해석된 러시아산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다. 교활한 악당이 신비한 마법의 세계인 오즈의 왕이 되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도로시가 양철 나무꾼과 겁쟁이 사자, 허수아비와 함께 이를 막는다는 스토리다.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현대적인 도로시로 묘사된다. 77분. 전체 관람가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