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불교계,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입력 2020-01-20 18:10:04 수정 2020-01-20 21:16:19

불교계 설선물로 '육포' 보냈다 긴급 회수

지난해 5월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5월 12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예 헤어드라이어랑 샴푸도 보내지 그랬냐."

자유한국당이 황교안 대표의 명의로 불교계에 설 선물로 육포를 보냈다가 회수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이 보인 반응이다. 육식을 금하는 불교계에 고기를 보낸 것으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황 대표가 불교계에 다가서려 할수록 실수가 빚어지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평가도 함께 나온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황 대표에게 불교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것이다.

20일 불교계와 한국당 등에 따르면 한국당은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 있는 조계종 총무원 등에 황 대표 명의의 설 선물로 육포를 보냈다가 긴급 회수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대승불교 영향을 받은 조계종에서는 수행자인 스님이 사찰에서 육식을 원칙적으로 금한다.

한국당 내 대표적 불교신자인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은 "종단 관계자와 통화했는데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며 이해해주셨다"며 "이번 일에 실무적으로 아쉬움은 있지만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 황 대표가 불교계를 향한 진정성만큼은 진심이며, 앞으로 역량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에도 황 대표는 불교 관련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영천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에서 다른 정치인들과 달리 불교식 예법인 '합장'을 하지 않았다. 합장은 두 손을 모아 상대방에게 예를 갖추는 행위이다. 심지어 아기 부처님을 씻기는 관불의식도 손사래를 치면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조계종은 보도자료를 통해 황 대표에게 '깊은 유감'을 표했고, 불교계 반발이 커지자 황 대표는 "제가 미숙하고 잘 몰라서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면 불교계에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대표는 같은 해 3월 15일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과 만난 자리에서도 합장하지 않고 악수로 인사를 대신한 바 있다. 이때에도 "개인적인 종교적 신념만 고수했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당시에도 주 의원이 "아쉽긴 하지만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갑자기 변신하는 것은 본인도 어색하고 보는 이도 편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의 길로 본격적으로 들어선 만큼 황 대표가 남다른 습득능력으로 보다 유연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하는 등 중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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