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세권·플렉스·꾸안꾸"…신조어 당황하지 마세요

입력 2020-01-20 18:00:00

‘얼어 죽어도 아이스 음료’ 뜻하는 얼죽아·재력 자랑하는 ‘플렉스’ 등

EBS 펭귄 캐릭터 펭수의 팬사인회 모습. 연합뉴스
EBS 펭귄 캐릭터 펭수의 팬사인회 모습. 연합뉴스

"삼촌댁이 스세권이니까 제가 커피 쏠게요. 전 얼죽아인거 아시죠? 오! 비싼 신제품 드시는 플렉스~"

다가오는 설 명절, 조카로부터 이런 얘기를 듣게 된다면 어떨까. '요즘 애들' 말투라고 비난만 할 것은 아니다. 진정한 소통은 세대 구분 없이 막히지 않고 뜻이 잘 통하는 것. 가족들과 함께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2020년 신조어를 정리해봤다. 굳이 이런 말을 왜 만들어쓰는지 의문이 드는 말도 있는 반면, 의외로 무릎을 탁 칠만한 깊은 뜻을 지닌 단어도 있다.

◆초급·뜻을 유추할 수 있는 줄임말

- 찐: '진짜'라는 뜻. 진(眞)을 강조하는 말로 보여진다. "이 맛집이 찐이다", "이것이 찐 행복"등으로 쓰인다. 진짜와 관련한 표현으로 '진짜로'를 '렬루(리얼루)'라고도 한다.

- 꾸안꾸: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럽고 심플한 패션 또는 메이크업을 말한다. '투 머치'의 반대 개념. 자신을 과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그러한 모습에 자신감을 갖는 요즘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

- 개취존: '개인취향존중'의 줄임말. 자신이 생각하는 잣대로 남을 평가하고 참견하는 이들에게 개인의 취향을 존중해달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 졌잘싸: 졌지만 잘 싸웠다. 경기에서 패했지만 선수들이 최선을 다한 모습을 보였을 때 쓴다.

◆중급·합성어를 또 줄인 말

- 국룰: 합성어 국민(國民)룰(rule)을 줄인 말. 보편적으로 통용되거나 유행하는 행위를 말한다. 암묵적인 규칙과 같은 개념.

- 스세권·맥세권: 지하철역과 가까운 거주지를 일컫는 '역세권'에서 파생된 단어. 스타벅스 또는 맥도날드를 도보로 10~15분 내에 방문할 수 있는 주거지를 말한다. 비슷한 개념으로 최근 '슬세권'이 떠오르고 있다. 편하게 트레이닝복을 입거나 슬리퍼를 신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쇼핑몰, 영화관, 은행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있는 주거지를 의미한다.

- 멍청비용: 충분히 아낄 수 있었지만 부주의하게, 허무하게 지불한 비용. '멍청하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뜻. 한두번만 간 헬스장 등록비용, 깜빡 잊어버려 못 본 영화 예매비용, 날짜를 착각해 결국 치르지 못한 시험 응시료 등이 그 예다.

- 뇌피셜: 뇌(腦)와 오피셜(Official·공식적인)의 합성어. 자신의 생각을 검증된 사실인 양 얘기하는 것. 보통 뚜렷한 근거 없이 자신의 주장을 강력하게 내세우는 이들에게 쓰는 말이다. 비슷한 단어로 지인의 말만을 근거로 들어 주장하는 '지인피셜'이 있다.

◆고급·별다줄(별걸 다 줄인다)

- 얼죽아·쪄죽따: '얼어 죽어도 아이스 음료를 먹겠다'는 뜻으로, 추운 날씨에도 꿋꿋하게 아이스 음료를 고집하는 것. 반대로 쪄죽따는 무더운 여름에 '쪄죽어도 따뜻한 물로 샤워하겠다'는 의미다.

- 오저치고: '오늘 저녁 치킨 고'를 줄인 말. 치킨 대신 다른 단어를 넣으면 무한정으로 응용 가능하다. 오늘 저녁 별다른 약속이 없다면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자. 오저치고?

- 만반잘부: 만나서 반갑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오놀아놈: '오~ 놀 줄 아는 놈인가?'의 줄임말. 누군가가 "만반잘부"라고 인사했을 때 "오놀아놈"이라고 답하면 되지 않을까.

- 복세편살: 배우 박성웅이 팬에게 전한 메시지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가 줄임말로 유행이 된 경우다. 말 그대로 복잡한 세상에서 남의 눈치보지 않고 나의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자는 일종의 모토다.

◆그 외·요즘 모르면 안되는 말

- 플렉스(flex): 힙합계에서 쓰이는 말로 '자신의 재력이나 명예를 뽐내다, 자랑하다'라는 의미. 구부리다, 몸 등에 힘을 주다라는 사전적인 의미가 확대된 것이다. 일반인들이 고가의 물품을 구매했을 때 "플렉스해버렸지 뭐야~"라며 SNS에 자랑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 펭수: EBS TV프로그램 '자이언트 펭TV'에 등장하는 펭귄 캐릭터. 한국 최고의 크리에이터를 꿈꾸며 남극에서 건너왔다. 귀여운 외모와 솔직하고 공감 가는 말투로 연령에 관계 없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가족들이 함께 모였을 때는 '펭수 탈 안에 든 사람이 누구냐', '펭수가 남자냐 여자냐', '펭수 정체가 무슨 연예인이라더라' 등의 말은 삼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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