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위 구성 위법 시…학교폭력 상관없이 징계 취소

입력 2020-01-19 16:36:54 수정 2020-01-19 21:14:00

포항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간 학교 폭력 사건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대구지법 전경. 매일신문 DB

학교폭력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 구성이 위법하다는 이유로 징계를 취소하는 법원 판단이 잇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각 학교는 학폭위 위원 구성과 구성절차를 엄격히 해 학폭위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대구지법 제2행정부(부장판사 장래아)는 경북 포항 한 초등학교 학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학교폭력에 관한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고 18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해 4월 4~5일 이 학교 6학년 A학생이 B학생에게 여러 차례 손가락 욕을 했다는 학교폭력 신고가 지난해 6월 학교로 접수됐다.

학교는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라 학폭위를 개최하고 ▷피해 학생 접촉 금지 ▷교내 봉사 5시간 ▷학생과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4시간(Wee센터)을 결정했다.

가해 학생으로 몰린 A학생 부모는 절차상 하자와 처분 사유 부존재, 재량권 일탈·남용 등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징계처분을 결정하는 학폭위원들이 적법하게 위촉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학교의 행정처분을 모두 취소했다.

해당 학교는 2018년 3월 임기 2년의 학폭위 학부모 위원 6명을 선출했는데, 그 과정에서 전체 학부모들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학교는 학부모 위원을 선출하기 전에 학부모 전체회의를 열고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지만, 해당 학교는 이런 과정을 생략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구성이 위법한 이상 해당 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이뤄진 이 사건 처분 역시 위법하다"며 "나머지 주장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학교폭력 여부와 관계 없이 절차상 하자만을 문제삼는 법정 다툼이 많아지자 교육부는 지난해 1월 관련법을 개정하고 각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을 설치하도록 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기로 했다. 개정안은 올해 3월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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