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년희망공동체'로 나아가야

입력 2020-01-19 15:34:15 수정 2020-01-20 17:09:09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1971년 '이코노미스트'는 시애틀을 '절망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보잉은 1980년대 초반까지 여러 차례 불황을 겪었고, 스타벅스는 당시 점포 세 곳을 가진 작은 현지 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시애틀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애틀 지역에서 4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고, 아마존은 전체 종업원 5만여 명 가운데 3분의 1이 시애틀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이 1975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창업했고, 1979년 1월 1일 시애틀로 이사했다. 회사 이전 결정은 사업상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게이츠와 알렌은 둘 다 시애틀 출신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그들이 배우고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비록 당시에는 매출 100만달러, 종업원 13명의 창업기업이 시애틀로 이전한 것이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시애틀을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변모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게이츠가 회사를 이전한 지 15년 뒤 앨버커키 출신의 베조스가 아마존을 시작할 때 시애틀은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는 자석이 되어 있었다.

도시는 인재를 키우고, 인재는 도시의 운명을 바꾼다. 어떤 도시가 희망이 있는가? 청년과 지역이 함께 희망을 키우는 곳이다. 대구는 지난해 12월 19일 '청년희망공동체 대구'를 선언했다. 지역사회가 청년과 함께 밝은 미래를 열어가자는 전국 최초의 사회적 협약이다. 청년이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찾고 맘껏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지역만이 미래가 있음을 재확인하고 범사회적 차원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공동체 대구로 혁신할 것을 선포한 것이다. 2020년에는 사회주체별 실천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하며 매년 추진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고자 한다.

'청년희망공동체 대구'는 이미 여러 곳에서 움트고 있다. 지역 대학과 연구 기관, 지역 기업들이 함께 휴스타(Hustar)사업으로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생활실험실인 리빙랩(Living Lab)을 통해 청년들은 도시를 실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소통과 협업,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고 있다.

지역사회도 함께 하고 있다. 한 신문사는 '청년응원기업'을 발굴하고, 기업의 임직원들은 청년들의 진로 탐색과 취업 준비를 위한 일대일 맞춤상담에 나섰다. 지역의 몇몇 라디오 채널은 '청년응원라디오'로 청년들에게 본인의 삶과 도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참여한 청년들은 우리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따뜻한 격려를 느꼈다고 한다.

한국의 1990년대생은 공무원을 선택하고, 중국의 1990년대생은 창업을 선택한다. 중국의 창업 문화에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성공한 선배 기업가가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지원해 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청년들의 롤 모델인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대표적이다. 중화권에 100만 창업자를 양성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창업사관학교인 '후판대학'을 설립했다. 중국의 민간 기업들이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이유는 '공동체주의' 때문이다.

이제 지역사회와 국가는 청년들에게 다양하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보상의 사다리를 놓는 '청년희망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청년은 스스로 삶의 주체이자 공동체의 미래를 실현하는 주역임을 인식해야 한다. 새해에는 '청년희망공동체'가 대구에 정착되고 전국으로 확산되길 소망한다. 여러분이 함께 하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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