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을 말하다] ①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의 시각
정시 확대와 자사고 등 폐지에는 모두 우려 표시
배움과 성장 돕는 수업으로 변해야 하는 데 공감
수업 방법과 공간 혁신, 소통과 공감 확대에 주력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교육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새로운 교육 방식에 눈과 귀를 열고,학력 수준 얘기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런 만큼 많은 이들이 교육 문제를 입에 올린다. 그 가운데 강은희 대구시교육감과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의 생각을 듣고 대담 형식으로 엮었다.
-작년말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발표됐다. 학생부종합전형을 단순화하고 수능 위주인 정시를 확대하는 게 골자였다. 정시를 늘리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의견도 그렇다. 이 방안에 대한 의견은?
▶강은희 교육감(이하 강감)=정시 확대로 학생 참여 중심으로 교실 수업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5지 선다형 문제풀이 위주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미래 역량이 길러지지 않는다. 섣부른 정시 확대 발표로 교육 현장을 흔들어선 안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 선택권을 보장한다. 이는 교육부의 정시 확대 방안과 병행하기 어렵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이 지향점을 충분히 담아낼 수 있도록 수능 체제를 개편하는 게 우선이다.
대구는 각 학교의 진로진학 역량을 강화하는 데 신경을 쏟을 것이다. 또 교과 특성화학교를 확대하고, 고교와 대학을 연계한 '꿈 창작 캠퍼스'를 확대하는 등 공유학습 생태계를 조성해나갈 계획이다.

▶임종식 교육감(이하 임감)=정시 확대는 형식적인 면에서 입시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나온 정책이다. 하지만 내용 면에선 또 다른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 정시를 확대하면 사교육 인프라가 우수한 도시 지역 학생들이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창의, 융합이라는 미래교육 방향과도 상충된다.
정시 확대 비율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물론 바뀌는 흐름에도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꿈 키움 학습동아리와 일반고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등 정시 확대에 대비한 정책을 다양하게 추진할 것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국제고, 자사고 등을 일괄 폐지해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다. 공정성 강화를 이유로 든다. 하지만 교육의 자율성, 학생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반론도 있다. 이에 대한 평가와 대안은?
▶강감=대구 외국어고 및 자사고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 학생들의 학교 및 교육과정 선택권 확대, 지역 인재의 타 시도 유출 방지, 수성구 쏠림 현상 완화 등이 그것이다. 국가 교육 정책의 신뢰 보호와 교육자치권 확대라는 측면에서 각 시·도별 여건을 고려해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교 서열화를 없애겠다는 게 교육부가 이 방침을 밝히며 내건 이유다. 하지만 대구에선 오히려 특정 지역의 명문고들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 지역별 학력 격차가 심화할 우려가 있다.
▶임감=수도권 등 일부 지역 자사고가 원래 목적과 달리 파행 운영될 수 있다. 하지만 경북 자사고는 다르다. 특색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 지난해 시행한 재지정평가의 구성원 만족도 조사에서 만점을 획득했을 정도다. 교육 수요자의 의견과 지역 교육 여건 등을 신중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유형의 학교에서 다양한 재능을 모두 길러줄 수는 없다.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교육 또한 보장돼야 한다. 일과적으로 이들 학교를 폐지하기보다 해당 학교가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관리를 강화하고, 일반고의 교육과정과 학교 운영에 있어 자율성을 확대해줄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교실 수업을 개선하자, 입시 위주 교육을 탈피하자는 말이 하루 이틀 나온 게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푸는 것이 좋을지 큰 방향만이라도 제시해 준다면?

▶강감=정시 수능 확대와 같이 단편적인 방안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중등교육의 본질은 학생의 성장과 배움을 돕는 것이다. 교실 수업 및 평가 방법 개선을 통해 그 본질을 구현해나가야 한다. 대구는 교실 수업 개선 사업을 교육청이 아니라 교사 주도로 추진해왔다.
전국에서 가장 탄탄한 교사전문학습공동체를 운영하는 곳, 전국 최초로 오프라인상의 수업 플랫폼인 대구협력학습지원센터를 꾸린 곳이 대구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노력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그 덕분에 대구 중·고교 수업은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
'진정한' 교실 수업 개선과 과정 중심 평가는 시교육청 주도로 이뤄지기 어렵다. 각 학교의 자율성과 교사들의 자발성을 존중하고, 현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살펴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형식으로 추진돼야 학생의 배움과 성장을 돕는 교육이 구현될 수 있다. 그런 노력이 조금씩 축적될 때 입시 위주 교육들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임감=대입에 대한 부담감이 큰 건 사실이다. 하지만 대입은 하나의 관문일뿐이다. 그 자체가 목표이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대학 진학이라는 가까운 목표보다는 그 이후의 큰 미래를 위해 삶의 힘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교실 수업이 개선돼야 한다.
경북 학교 현장은 많이 변했다고 본다. '생각을 움직이는 교실' 등 교원 참여형 연수를 시행하는 것 외에도 ▷수업 전문가 활동 운영 ▷수업 나눔 한마당 진행 ▷교원전문학습공동체 운영 ▷수업나눔교사단 활동 등을 통해 교실 수업을 개선해왔다. 앞으로도 더 큰 변화가 기대된다.
-올해 추진할 정책(방향)은?
▶강감=근심지무(根深枝茂)란 말이 있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가지가 무성하다는 뜻이다. 이 말처럼 내실을 다지고 꽃을 피우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비롯해 국제 바칼로레아(IB·탐구활동과 과정 중심 평가 위주인 국제인증 교육 프로그램) 도입, 교육공간 혁신 등을 통해 수업 방법과 공간을 지속적으로 바꿔 나갈 방침이다.
▶임감=고대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은 지혜의 여신을 '엔키(Enki)'라고 했다. 엔키는 하늘 높은 곳에서 땅을 향해 자신의 귀를 열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혜란 주의 깊게 듣는 귀, 즉 '경청하는 힘'을 의미하기도 했다. 소통과 공감이 있는 학교 문화를 만들면서 맞춤형 진학 지원 강화, 농산어촌 소규모학교 지원 확대 등에도 힘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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