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년생 만 65세로 노인으로 분류… 노인이라 느끼지 못하는 이들 상당수
노인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는 무능과 무기력… 부정적 이미지로 점철
노인 인식 전환 프로그램 필요… 현실은 요양과 돌봄 등 케어의 대상일 뿐
쌓아온 지혜 살릴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역할 할 수 있는 노력 이어지고 있어
'노인'이라는 말이 공포가 되고 있다. 정년 연장과 적극적인 사회활동으로 법적 노인 연령인 만 65세에도 노년층이 젊음을 유지하게 되면서 현실과 인식의 간극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노년층 상당수가 노인의 이미지로 덧칠되는 데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무기력과 무능이라는 노인의 이미지에서 나온다. 노화를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극복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노인이 됐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거나 거부감을 느끼는 근본적 이유다.
이런 인식에서 탈피해 100세 시대 노인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쌓아온 지혜를 사장시키지 않고, 어른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나서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노인되는 1955년생, "내가 노인이라니"
1955년생은 올해 생일이 지나면 만 65세가 돼 노인복지법상 공식적인 노인이 된다. 국가도 이들은 노인으로 인정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스스로를 노인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었다. 1955년생 여성 A씨는 '노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다고 했다. A씨는 "나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한 청춘"이라며 "40~50대와 비교해도 활동하는 데 무리가 없고 건강한데 벌써 노인이라니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들의 자녀들도 부모를 노인으로 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건강하다는 것이다. 1955년생 부모를 둔 B(40·여) 씨는 "엄마 아빠와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편인데 크게 힘들어하시지 않는다. 경제활동과 모임활동도 왕성하게 하고 계셔 평소 노인이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 말했다.
노인세대에게도 자식세대에게도 '노인'의 첫인상은 질병이 있거나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는 생활이 어려운 이미지가 대다수였다. 노화를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은 노인이 됐다는 것에 좌절감을 느끼거나 거부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노인에 대한 이미지는 사회 전반적으로 만연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에 발간한 '노인에 대한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이미지가 노인학대 민감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에 대해 '노쇠한', '비관적인', '독단적인', '의존적인', '보수적인', '고집 센' 등 부정적 이미지로 나타났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노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일하는' 노인,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보고서에는 국가 간 노인에 대한 인식 중 우리나라의 70세 이상 노인에 대한 인식이 가장 부정적이었다. '유능하게 보인다'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는 2.7점(5점 만점)으로 가장 부정적이었으며 '친근하게 보인다'(3.2점), '존중받는다'(3.3점) 역시 비교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가 최하위를 차지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노인 인권 종합보고서에는 노인과 청장년 세대의 인식 차가 드러난다. 전국의 노인 1천 명과 청·장년(19~64세)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문항, '노인·청년 간 갈등이 심하다'고 보느냐에 대해 2030세대 82%가 '그렇다'고 답했고, 노년층은 44%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인식 전환 가능한가

일부 노년층은 인식의 틀을 깨고 당당히 세상 밖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액티브시니어'라 불린다. 액티브시니어의 대표적인 사례가 116만 명의 구독자를 이끌고 있는 유튜브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다. 외국인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고 손녀에게 하트 이모티콘 쓰는 법을 배운다. 노인들이 어려워하는 디지털 키오스크로 햄버거 주문도 해본다.
전문가들은 노인이 주체적인 사회 구성원으로 그들이 축적한 경험과 지혜를 활용할 수 있다면 고령사회에 대한 우려와 갈등은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노인 스스로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인을 사회에 끌어들이는 것과 동시에 이들이 습득했던 지혜와 노하우를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며 "노인은 주체적인 사회 구성원의 일부라는 인식 변화를 이끌어낼 만한 프로그램이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인 인식 개선에 관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부족하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9 노인복지 사업안내'에 따르면 지난해 실시된 노인복지 정책은 대부분 노인요양, 치매예방, 돌봄 서비스 위주였다. 그나마 노인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각종 취미 관련 경륜 전수 활동이 전부였다.
◆노년기 자연스레 받아들이기

고령화시대로 넘어가면서 '웰에이징'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잘 늙자'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웰에이징에 방점을 둔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니어살롱'이다. 노인들은 이곳에서 지역 정보활동의 거점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가지게 되고 지역주민, 지역 활동가 등은 이곳 노인들과 교류하면서 노인을 숙련자로 인식하게 되는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노년층의 지혜와 노하우를 활용하는 회사도 있다. 고령인력 활용 컨설팅회사의 사회혁신 프로젝트로 시작한, 벨기에의 '50+ 인력 공유 플랫폼'이다. 회사가 조기퇴직자들의 경험을 대체할 만한 인력을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50세 이상의 경력근로자들을 여러 회사가 함께 공유하며 기업의 인력을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가 노인들의 욕구를 잘 펼칠 수 있는 장이 마련이 돼야 노인과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현정 월성종합사회복지관 팀장은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노인이 많다는 것을 보여줄수록 다른 세대들에게 본보기가 돼 자연스러운 인식 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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