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김광석길의 위기]"김광석길은 김광석 넘어설 때 완성된다"

입력 2020-01-17 16:11:30

'김광석길의 아버지'들이 본 지금의 김광석길은?
손영복 조각가 "확장성 고민해야"
이창원 인디053 대표 "컨트롤타워 필요"

지난 2010년 당시 김광석길 조성에 앞장섰던 이창원(왼쪽) 대표와 손영복 조각가의 모습. 인디053 제공
지난 2010년 당시 김광석길 조성에 앞장섰던 이창원(왼쪽) 대표와 손영복 조각가의 모습. 인디053 제공

'김광석길'은 지난 2009년 대구 중구청이 쇠락한 구도심을 되살리고자 벌였던 '방천시장 문전성시 사업'이 시작이다. 임대료가 싼 이곳에 지역 예술인들이 입주했고 이들은 중구 대봉동이 고향인 가수 김광석을 거리예술로 승화시켜 김광석길을 만들었다.

그렇다면 10년 전을 기억하는 '김광석길의 아버지'들은 '지금의 김광석길'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입구의 대표 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한 손영복(39) 조각가는 "김광석길은 김광석의 영향력을 넘어설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했다. 2010년에 만들어져 1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김광석길의 '확장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조각가는 "한 사람의 콘텐츠로 10년을 끌어왔는데 그 이면에서 다양성을 찾지 못하다 보니 이제는 한계치를 맞은 거 같다"며 "김광석으로 출발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지역 포크 음악의 길, 대구 음악의 길로 확장하는 게 진짜 김광석의 가치를 살리는 방안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지금 김광석길을 가보면 화려한 네온사인과 LED가 장식돼 있는 전형적인 관광지가 됐다. 내용 없는 꾸밈을 남발하다 보니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으며 "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벽화도 지속적으로 교체하는 등 방향성을 확실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난 2010년 당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을 조성하는 데 힘썼던 이창원(왼쪽) 대표와 손영복 작가의 모습. 손 작가 제공
지난 2010년 당시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을 조성하는 데 힘썼던 이창원(왼쪽) 대표와 손영복 작가의 모습. 손 작가 제공

김광석길 기획자인 이창원(40) 인디053 대표는 '민관을 아우르는 김광석길에 대한 전문적인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갖고 거리를 바꿔나가려면 상인회 등 민간단체와 행정기관, 예술인들이 합심해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김광석길은 우리 지역사회가 처음으로 시도한 새로운 역사이자 경험이고, 장점과 단점이 모두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이 장단점을 모두 포괄해서 김광석길을 대구시민의 공간 자산으로 녹여낼 수 있는 성숙한 논의와 의견 수렴의 자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중구청과 다시 김광석길 관련 논의를 시작했고 이런 부분에 대해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미 일개 기획자나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크기를 넘어섰고 올해는 각자가 해야 할 일을 찾으면서 작게나마 또 다른 실험을 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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