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곳곳에서 불거지는 쓰레기 처리대란

입력 2020-01-13 17:54:31 수정 2020-01-13 19:47:17

포항 6월 계약만료 앞두고도 새 부지 조차 선정못해

포항시 음식물쓰레기 위탁처리업체인 영산만산업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시 음식물쓰레기 위탁처리업체인 영산만산업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을 비롯한 경북 기초자치단체마다 각종 쓰레기 처리를 둘러싼 문제가 새해 벽두부터 지역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자체와 사업을 추진하는 업체 사이에 입장 차이가 커 자칫하다간 애꿎은 주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으로 우려된다. 포항시는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의 계약 만료가 5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전을 위한 부지조차 구하지 못한 상태이다. 김천시는 고형 폐기물소각장 건축 신청을 불허, 업체가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성주군에서도 대구환경청이 폐기물매립장에 폐쇄를 명령, 향후 마찰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항, 음식물쓰레기 대란 우려

포항에선 '음식물 쓰레기 자원화시설'이 오는 6월 말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데도 아직 신축 부지조차 정해지지 않아 음식물 쓰레기 대란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포항시는 기존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체인 영산만산업과의 계약기간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7월 공고를 내고 입지 후보지를 공개모집했다. 당시 포항지역 8곳이 접수했으나 아직 결정은 나지 않은 상태이다. 문제는 신축 부지가 결정되더라도 신규 시설 공사에 4, 5년은 걸린다는 점이다.

포항시는 기존 업체와의 계약이 종료되면 전국 입찰을 통해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체를 선정, 위탁처리할 계획이다. 그러나 다음달쯤 입찰 공고를 내더라도 하루 평균 170여t이 배출되는 포항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할 업체가 수도권, 충청권 일부 업체뿐이어서 고민이 크다. 포항 인근 음식물 쓰레기 처리업체들은 하루 평균 60여t 처리용량에 지나지 않아 포항시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포항시가 실시하는 전국 입찰에서 수도권 업체가 선정되더라도 연간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시민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 현재 영산만산업과 계약된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은 t당 23만원 수준이지만 수도권 업체가 맡게 되면 비용이 30만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 평균 170t을 가정하면 연간 43억원 이상의 추가비용이 더 들어가게 돼 결국 시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기존 업체가 계속 처리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인근 오천읍과 제철동 주민들이 이전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며 "전국 입찰에서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시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빠른 부지 선정 등 최선의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성주1산단 내 폐기물매립장, 대구환경청 폐쇄 명령

경북 성주군의 골칫거리였던 성주1차산업단지 내 A폐기물매립장에 대해 폐쇄 명령이 내려졌다. 이 폐기물매립장은 사업주의 관리 부실 등으로 화재 발생, 침출수 유출, 악취 등이 잇따라 그동안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성주군은 대구지방환경청이 A폐기물매립장 운영사인 ㈜지엠이앤씨에 대해 개선명령 위반(미이행)으로 폐쇄명령 행정처분을 통지했다고 12일 밝혔다. 대구환경청은 지난해 8~10월 ㈜지엠이앤씨에 침출수 수위 5m 이내 유지 개선명령을 내렸는데도 이후 현장 확인에서 침출수 수위가 28m인 것이 적발되자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폐쇄명령을 했다.

대구환경청이 내린 명령사항은 ▷2월 10일까지 폐기물처리시설 폐쇄 ▷침출수 적정 처리 ▷행정청이 폐쇄 절차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중요 사항 이행 ▷미이행 시 사후관리 이행보증금을 활용한 폐쇄 절차 대행 ▷주민 건강·재산 또는 주변환경 피해 방지를 위한 사후관리 이행 등이다.

하지만 ㈜지엠이앤씨가 자발적으로 폐쇄 절차에 들어갈지는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개선명령을 받았지만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주군은 이럴 경우 대구환경청과 함께 한국환경공단에 의뢰해 다음달부터 폐쇄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폐쇄에 속도를 내기 위한 태스크포스도 구성한다. 성주군 관계자는 "한국환경공단이 설계작업을 마치는 대로 침출수를 막기 위해 복토한다"며 "폐쇄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는 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회사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했지만 닿지 않았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해당 폐기물매립장은 사업주의 방치 탓에 주민 건강 및 주변 환경오염에 위험요소였다"며 "폐쇄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돼 주민들이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이 폐기물매립장은 지정 및 일반폐기물 42만7천700㎥를 2026년까지 매립하도록 승인받았고, 용량의 96%가 매립된 2017년 5월부터 폐기물 반입이 사실상 종료됐다.

◆김천, 고형페기물소각장 건축신청 불허

경북 김천시가 민간사업자가 추진하던 도심 부근 고형폐기물(SRF) 소각장 건립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김천시는 개정된 김천시 도시계획조례 규정에 따라 A사가 제출한 고형폐기물 소각장 건축신청을 불허가 처분했다고 13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8월 김천 대광논공단지에 위치한 A사가 1일 400t 이상의 고형폐기물을 처리하는 소각장 건립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산업폐기물과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소각장이 들어서면 주민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고형폐기물을 신재생에너지로 분류했다가 2019년 10월 미세먼지 등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며 제외한 바 있다.

특히 소각장 위치가 김천시청과 직선으로 2㎞ 떨어져 있고, 반경 1.2㎞ 안에 초·중·고교와 아파트단지 등이 밀집해 있어 반발이 극심했다. 당시 김천시는 "아직 신청서가 들어오지 않아 처리용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시민 여론을 충분히 알고 있는 만큼 신중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대 여론이 비등하자 김천시의회는 지난해 11월 김천시 도시계획조례에 5가구 이상 집단취락, 학교, 병원 등에서 1천m 안에 고형연료제품 사용시설을 지을 수 없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김천시는 "시 조례에 따라 그동안 주민과 갈등을 빚어온 고형폐기물 소각장 건립 신청을 불허가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A사 관계자는 "김천시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위해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고형폐기물 소각장 건립 공방이 법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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