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육지보다 4배 넓은 대구경북 바다 - 김인현 교수

입력 2020-01-13 15:55:25 수정 2020-03-09 12:52:17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장

내륙의 중심인 대구에 집중시킨
대구경북인 시야는 육지바라기
긴 해안선을 갖고 있는 대구경북
해양 자원 충분히 이용해야 번영

대구경북은 긴 해안선에 면해 있다. 대구경북지역이 갖는 육지 면적보다 바다 면적이 4배가 더 넓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략 생각해보자. 포항의 해변가에서 충청남도 경계선까지는 약 100㎞이다. 우리나라의 영해가 3마일까지였던 때에는 바다 면적이 오히려 육지의 20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1982년 유엔 해양법(이하 82년 해양법)이 적용되는 지금은 기선(해안선)에서부터 200해리(약 370㎞) 바다를 가질 수 있다. 바다가 육지보다 약 4배가 더 많다.

공해에는 항해의 자유가 있어 왔다. 영해가 넓어지면서 공해는 줄어들어 연안국의 힘이 세어지고 자유 항해는 제약을 받게 됐다. 82년 해양법 체제에서는 영해가 3해리에서 12해리로 늘어났다. 또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이라는 새로운 제도가 만들어졌다. 기선에서 200해리까지 연안국이 어로, 환경 등에 대한 제한적인 관할권을 가진다. 선박이 항해할 자유는 보장되면서도 생물자원의 보호, 환경, 안전적인 측면에서만 연안국에 배타적 관할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유엔 해양법의 적용을 받는다. 82년 해양법 체제하에서 동해안은 그 전에 가지지 못했던 넓은 바다의 주인이 되었다. 과연 이렇게 4배나 넓어진 우리의 바다를 우리가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바다는 오랫동안 어업인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각 군에는 1, 2개의 단위수협과 어촌계가 존재하고 바닷가에서 김이나 미역 등을 채취하여 왔다. 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수산물을 획득했다. 오징어를 건조하거나 꽁치나 청어를 과메기로 건조하여 판매하는 수산물 가공업도 발달했다.

이제 우리가 조업할 수 있는 수역이 EEZ로까지 확대되었다. 다른 국가의 어선들은 우리의 허가 없이는 들어와서 조업을 할 수 없다. 우리는 작년 러시아의 EEZ 허가권을 14억원에 사서 오징어를 잡아왔다. 이렇게 바다는 재산적 가치를 창출해 낸다.

바다를 이용한 상품의 이동, 즉 해운업은 바다 위에서 이루어지는 운송 활동이다. 포항의 바다는 미국이나 중국으로 포스코의 철강제품을 수출하는 데 중요한 수로가 된다. 후포와 같은 경우 국내 해운의 항구로서 기능을 해오고 있다. 울릉도로 향하는 여객선이 다닌다. 포항항이나 후포항, 축산항은 어선의 건조가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크루즈 산업도 이런 기능 중 하나이다.

위 전통적인 수산업과 해운업 이외에 바다를 활용한 해양 산업이 떠오르고 있다. 바닷속의 심층수 개발, 심해 양식의 상용화, 바닷속 자원의 개발 등이 그 좋은 예이다. 울릉도와 독도의 심해 절경을 관광자원화할 수도 있다. 바다를 이용한 레저 활동의 증가, 연안을 따라 천천히 항해하면서 축산항 등 절경을 즐길 수 있는 연안 크루즈도 가능하다. 과거 3해리까지만 관할권을 행사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20마일 떨어진 바다에 심해 양식장을 만들 수 있다.

바다의 개발과 활용은 기본적으로 중앙정부의 사무이다. 그렇지만 군이나 도에서 이와 병행하여 개발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최근 들어 지방정부도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변화를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경상북도가 바다에 면한 포항에 경북 환동해지역본부를 설치·운영하는 것, 동해안 바다 관련 연구기관으로 환동해산업연구원을 운영하는 것도 바다를 중시하는 탁견이다.

대구경북인들은 시야를 내륙의 중심인 대구에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어 왔다. 육지바라기였다. 이제는 시야를 육지에서 바다로 넓혀야 한다. 신라 시대 문무왕이 자신의 무덤을 동해에 만들라고 했다. 그만큼 바다를 중요시했다. 신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수산부인 선부(船府)가 존재했고 번성했다. 해방 이후 동해를 건너 미국으로 인력들이 건너가 선진문물을 익히고 무역대국을 이룸으로써 오늘날 우리나라의 번영이 이루어졌다. 바다를 충분히 이용할 때 우리에게 번영은 찾아왔다. 4배나 넓어진 해양 영토를 충분히 활용하여 해운, 수산, 해양의 중심지로 경북 동해안이 거듭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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