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징계권'이란 말 그대로 자율적으로 징계하는 권리를 뜻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사법권이 없는 사회단체가 그 구성원의 잘못을 자체적으로 판단하여 법적 구속력을 갖는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자율징계권을 행사하는 단체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있다. 변협이 구성원의 잘못에 대해 자체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징계의 종류로는 견책,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3년 이하의 정직, 제명, 영구제명 등이 있다. 이러한 징계는 법적 강제력을 지니기 때문에 변협이 소속 변호사들의 활동을 감시·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이 중 영구제명을 제외한 징계의 사유로서 '소속 지방변호사회나 대한변호사협회의 회칙을 위반한 경우'와 '직무의 내외를 막론하고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한 경우'가 포함되어 있어서 변호사 활동에 대한 변협의 자체적인 감시기능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이런 자율징계제도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이 갖는 직업의 특수성이 있다. 즉, 이들 직업은 다른 보통의 직업보다 훨씬 더 큰 공익성, 공공성, 윤리성을 요구 받고 있으며, 관련 법령은 이들 전문직업인에게 공익성, 공공성, 윤리성을 법적인 의무로 규정, 강요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전문직업인들이 수행하는 업무를 공익성, 공공성, 윤리성의 관점에서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그들 동료의 비공익적, 비윤리적 행위를 잘알 수 있기 때문에, 같은 단체에 소속된 구성원의 활동을 자체적으로 감시·통제하도록 하기 위한 자율징계제도가 생긴 것이다.
의료윤리의 기본원칙으로 ①환자 복지 우선의 원칙 ②환자 자율성 존중의 원칙 ③사회정의의 원칙 ④진실의 원칙 등이 있다. 의사들의 진료행위가 과연 이런 원칙을 잘 지키면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같은 동료들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동료들의 진료행위가 이런 원칙을 벗어난 경우에 그에 대한 감시와 제제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자율징계제도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재 우리나라는 변협에만 자율징계권이 부여되어 있고, 대한의사협회(의협)나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와 같은 의료인 단체에는 자율징계권이 없다. 물론 의협이나 치협에 윤리위원회가 있어서 구성원에 대한 자체적인 감시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구의 활동이 법적으로 뒷받침 되어 있지 않고, 결정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성원에 대한 통제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의협과 치협은 오래 전부터 자율징계권의 확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2019년 5월에는 보건복지부와 회원의 비윤리적 행위를 자율 규제하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가 있다. 이 전문가평가제는 자율징계권 확보의 전 단계로 추진되는 것으로,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어서 하루 속히 의협과 치협에 자율징계권이 부여되는 성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세상사 모든 일을 다 법으로 규제할 수도 없을 뿐 더러, 그렇게 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로 아름답고 밝게 변화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가장 좋은 사회는 최소한의 법만으로도 질서가 유지되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일 것이다. 사회가 혼란스러워질수록 법적 통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시민들의 자율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최재갑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구강내과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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