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너에게 가는 길』, 그루, 2019
너에게 가려 한다. 내 안의 나인 너, 지금보다 나은 나인 너를 향해 간다. 아직 너에게 닿지 못했으니 오늘도 걷는다. 내일도 꾹꾹 눌러 걷는다.
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다른 길을 낼 뿐입니다(5쪽).
수필의 샛길 하나 내고 싶다는 이미영 작가는 대구사람이다. 2019년 '빛나는 수필가 60인'에 선정된 그녀는 201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2012년 동리목월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두 번째 수필집인 『너에게 가는 길』은 글쓰기 전부터 사용한 그녀의 닉네임이다. 매일 읽고 생각하며 즐겁게 쓰는 삶을 통해 하루하루 더 나은 내가 되기를 소망하는 저자의 글 속에는 사람의 향기가 가득하다.
41편의 수필은 '돌이 기도한다, 삼김시대, 간병일기, 포장의 달인, 어름' 다섯 묶음으로 모여 있다. 수필들 사이를 산책하다 보면 나에게로 가는 걸음, 가족을 위한 두 손, 그리고 이웃을 향한 눈빛을 가슴에 담을 수 있다.
나에게로 가는 걸음. 「갱년기 여행」을 통해 가 본 적 없는 길을 아는 채 하지 않는 경구로 삼을 줄 아는 작가는 복이 와서 웃는 것이 아닌 웃으면 복이 오는 「포장의 달인」을 꿈꾼다. 험한 산을 넘고 고산병까지 견뎌야 갈 수 있는 바다 「성숙해」는 황하의 발원지를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다. 삶의 구석구석에서 더 나은 나, 너에게 방점을 두고 매 순간 싸우고 있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누가 좀 알아달라고 시를 외우고 책을 뒤적이던 나를 생각한다(120쪽. 「별을 새기다」 中).
말의 속성이 입술의 성질을 닮은 것이라면 거울을 꼭 챙기고 다니면 큰 탈은 없으려니 싶다(51쪽. 「입」 中).
가족을 위한 두 손. 병환으로 날로 쇠약해져 홀로 걸을 수 없는 아버지에게 커플 댄스를 추듯 걷자고 손을 내민다. 한 쌍의 두루미가 춤을 추면 주변의 다른 녀석들도 춤추게 만들듯 잿빛 병실에 손을 잡고 군무를 이루도록 그녀는 자꾸만 「춤을 추겠소」 한다. 병간호가 삶의 일부인 이들은 가족이기에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를 부단히 지고 가는 「간병 일기」의 주인공이다.
나는 오래전 내가 돌아가고 싶었던 집이 되어 있었다. 익숙한 냄새를 풍기며 주문하지 않아도 입맛 당기는 밥상이 알아서 나오고 마음이 놓여 절로 잠이 쏟아지는 그런 터가 되었다(13쪽. 「집이 되다」 中).
이웃을 향한 눈빛. 꼬리부터 먹을지 머리부터 먹을지 찬바람 가르며 고민하던 붕어빵을 구워내던 동네 맛집 「황금마차」가 돌아오지 않음이 애석하다. 허전한 속을 삼각김밥으로 달래는 입시지옥의 학생, 직업훈련 중인 아이, 립스틱 짙은 친구는 모두 같은 거리 「삼김시대」를 살아가는 동네 아이들이다.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일상 안에 우린 함께 서 있다.
누군가의 절실함을 바로 앞에서 외면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다. 중학교 때 짝꿍이 노동시장으로 내몰렸다는 소식을 들은 후로 시위대 중간에 그 애가 낀 것 같아서 더 그렇다(153쪽. 「건너편에 서 있다」 中)
느리게 읽자. 한 번에 다 읽기보다 한 편 읽고 음미하고 또 하나 보고 생각에 잠기길 바란다. 화장실이나 식탁, 자동차 어딘가에 두고 잔잔한 쉼표 한 잔 마시고 싶을 때 꺼내 들면 좋겠다. 기계같은 일상에서 나와 우리에게 다가설 수 있는 따스한 바람 한 줌 선사하고 남을 터이다.
하승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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