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에서부터 언어 능력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몸은 한 편의 경이로운 작품이나 다름 없다. 우리는 하나뿐인 몸으로 평생을 살아가지만 정작 몸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몸의 구성요소를 촘촘히 분석하고 몸을 잘 쓰기 위한 유의사항을 빽빽한 한 권의 책에 실은 내 몸 사용설명서. 신간 '바디 : 우리 몸 안내서'는 우리의 몸이 어떻게 기능하는지, 얼마나 놀라운 치유 능력을 가졌는지, 또 얼마나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는지를 군더더기 없는 명쾌한 문체로 담아냈다.
이 책은 무지와 무관심으로 스스로 몸을 망치고 있는 우리에게 따끔한 질책과 유용한 가르침을 동시에 제공한다.
◆색다른 접근, 숫자 활용…저자의 표현법
저자는 우리 몸의 각 신체 기관과 생리 현상 등을 모두 23개 장으로 나눠 차례로 설명해나간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몸에 대한 신비하고도 인상적인 사실들이 쉼없이 열거되는데, 이는 기승전결이라는 서사적 구성에 기대지 않은 심심한 전개의 자연과학 서적임에도 이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게 한다.
사람의 몸을 만드는 59가지 원소, 우리 몸에서 가장 큰 기관인 피부, 약 80%가 물로 이뤄져있는 뇌, 균형을 잡으며 중력에 끝없이 맞서야만 가능한 직립보행,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 엄청난 확률을 뚫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임신. 이처럼 저자는 익숙하게만 여겨졌던 우리 몸에 대한 색다른 접근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몸에 대한 묘사에 숫자를 적극 활용한다. 예컨대 '평균적인 몸집의 남성은 소화관의 길이가 12m에 이르며, 남성의 경우 음식물이 입에서 항문에 도달하는 데에 평균 55시간이 걸린다'는 식의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뇌는 우리 몸무게의 2%를 차지할 뿐이지만 에너지의 20%를 쓰는데, 뇌의 피질 1㎣는 2000TB의 정보를 저장한다'는 류의 과학적 사실들은 숫자로 표현되면서 더욱 명확하고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인간의 주요 관심사 '성'과 '암' 톺아보기
책의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인간의 주요 관심사인 성과 암에 대한 내용이다. 책은 우리의 몸의 가장 큰 수수께끼인 성과 생식 기관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인류는 놀라울 만큼 최근에야 성염색체를 알게 되었고, 여전히 남녀의 생식기에 대해서는 놀라울 만큼 아는 것이 없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염색체가 발견된 것은 1880년대지만 정확히 남녀의 성별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는 무려 100여년이 지난 1990년에야 알아냈다.
무병장수가 꿈인 인간의 최대 고민거리인 암에 대해서도 다룬다. 20세기 초 암보다 무서운 것은 파상풍, 익사, 광견병이었지만 의학의 발전으로 인해 상당수의 질병이 정복되고 수명이 길어지면서 암은 인류의 가장 무서운 적으로 떠올랐다. 저자는 암을 '섬뜩하게도 자신을 죽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자신의 몸'이라고 정의했다. 암은 나이, 생활습관, 환경 노출과 깊은 관련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운이 나쁘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이와 무관하게 발병되기도 한다.

◆몸에 대한 속설 탐구…책의 또 다른 묘미
저자는 상식처럼 알고 있었던 '하루에 1만 보를 걸으면 건강해진다'거나 '하루에 물을 8잔 마셔야 한다' '모든 사람은 하룻밤에 7~9시간을 자야 한다'는 등의 속설들도 파헤친다.
이 책을 통해 파킨슨·알츠하이머 등 낯선 질병에 대한 정보와 '곰은 사실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조류와 해양 포유류는 뇌의 절반만 잠을 잔다' 등 인간과 동물의 몸에 관한 새로운 사실과도 조우하게 된다.
'인간은 왜 잠을 자야 할까' '하품은 피로와 관련이 있을까' 등의 의문점에 대하여 '아직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고 설명하는 구절은 책의 전반에 걸쳐 수없이 등장한다. 우리 몸에 대해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의미다. 이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자 경이로운 세계인 우리 몸에 대한 연구와 탐험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베스트셀러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의 역사를 집대성했던 저자 빌 브라이슨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을 몸의 세계로 초대한다. 브라이슨은 특유의 재치 넘치는 표현력과 정보의 바다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진실을 선별하는 통찰력으로 몸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를 펼쳐낸다. 576쪽, 2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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