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화자찬과 유체이탈 화법만 재확인한 문 대통령 신년사

입력 2020-01-08 06:30:00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신년사는 취임 이후 지금까지 해온 각종 공개 발언의 연장에 불과하다.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 없이 하고 싶은 말만 늘어놓은 유체이탈 화법의 재연이었다. 그러니 신년사를 통해 국민은 모든 게 어렵지만 잘해낼 수 있고 해낼 것이란 희망과 용기를 갖기보다 문 대통령의 임기가 2년도 더 남았다는 사실에 절망할 법하다.

무엇보다 절망적인 것은 경제에 대한 '초(超)현실적' 자화자찬이다. "일자리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 역대 최고의 고용률을 기록했다"거나 "새로운 수출 동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발언이 그렇다. 늘어난 일자리는 세금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일자리 늘리기는 누구도 할 수 있다. 기업이 만드는 양질의 일자리는 감소 일로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보다 10.3%나 감소했다.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수출이 이 모양이니 경제성장률 저하는 당연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난해 실질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현실은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가 "한국 경제가 반세기 만에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고 진단한 그대로다.

맹목적인 '평화 환상'도 여전하다. 문 대통령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북한 김정은과의 대화를 언급했다. 말이 안 되는 소리다.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단돈 1원이라도 북한으로 흘러들어가는 남북 교류 협력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불가능하다.

김정은과 대화도 그렇다. 대화의 목적은 비핵화여야 한다. 그러나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 진전은커녕 남한과 국제사회에 대한 김정은의 기만에 자리를 깔아줬을 뿐이다. 더군다나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핵개발 포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마당이다. 국회에 보고됐으니 문 대통령도 보고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판국에 김정은과 무엇을 위한 대화를 하겠다는 것인가.

이렇게 현실과 유리돼 있으니 신년사에서 제시한 장밋빛 전망과 계획도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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