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차게 보내는 겨울방학'..동문고, 진로 맞춤형 스토브 프로그램 눈길

입력 2020-01-13 06:30:00

고1, 2 대상으로 290여 명 참여해 17개 과정 운영
국어 문법, 영어 독해, 미적분 등 강의 개설
무학년제 미술 실기 캠프, 영어 보고서 쓰기도 운영 중

대구 동문고가 겨울방학을 활용, 진로 맞춤형 특강
대구 동문고가 겨울방학을 활용, 진로 맞춤형 특강 '스토브 프로그램'을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공계 맞춤형 미적분 학습 역량 강화 캠프 모습. 동문고 제공

프로야구 시즌이 끝난 뒤 팬들은 난로(stove) 주위에 모여 각 구단, 선수들의 소식 등을 두고 얘기를 나눈다. '스토브 리그(stove league)'라는 말이 생긴 유래다. 시즌 종료 후 각 구단과 선수 간 계약 갱신이나 트레이드가 이뤄지는 일을 뜻한다.

'조용하지만 뜨겁게' 겨울방학을 보내는 학생들이 있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처럼. 진로 맞춤형 특강 '스토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대구 동문고등학교(교장 박정곤)의 학생들이 그들이다.

동문고는 2일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2일까지 1~3기로 나눠 모두 17개 과정이 진행된다. 한 강의는 5일씩 모두 15시간 또는 20시간 이어진다. 다만 '기초디자인·소묘·수채화 실기 캠프'는 4시간씩 10일간 모두 40시간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은 보완할 필요가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이 부족하다고 느낀 단원, 개념을 보충하거나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과정을 수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모두 290여 명의 학생이 스토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문제 해결을 통한 문학 작품 탐구 외에도 ▷수능시험 국어 문법 문제 탐구 ▷ 영어 독해 ▷지수, 로그함수와 삼각함수의 기본 개념 ▷함수의 극한 및 미적분 탐구 ▷기하 등 다양한 강의가 개설됐다. 어원 분석을 통한 영어 단어 몰입, 영어 보고서 쓰기 등 학년에 관계없이 들을 수 있는 강의도 3기 때 운영된다.

겨울방학은 바쁘게 돌아가는 학기 중보다 좀 더 여유를 갖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는 시간이다. 수능시험 국어문법 문제 탐구 캠프에 참가 중인 이새은(1학년) 학생은 "평소 부족하다고 느꼈던 국어 교과에 대해 집중적으로 학습할 기회가 돼 좋다"고 했다.

동문고의 노력이 눈에 띄는 이유는 또 있다. 이번 방학 때 동문고는 수업 공간을 확보할 수 없는 형편. 석면 해체·제거 공사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문고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인근 동원중 교실 8개를 빌려 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박정곤 동문고 교장은 "인근 학교의 도움으로 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웃 학교의 도움 덕분에 학생들이 알찬 방학을 보낼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황진숙 동원중 교장은 "학교를 개방하는 데 부담이 따르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중·고교 간 연계, 협업을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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