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풍제련소의 '무방류 공정 도입', 허언 아니길

입력 2020-01-04 06:30:00

낙동강 상류 중금속 오염의 원인으로 여론 뭇매를 맞아온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가 올 연말부터는 공장 내 발생 폐수를 외부로 한 방울도 내보내지 않는 '무방류 공정'을 국내 업계 최초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증발 농축기를 이용해 폐수를 끓여 나온 수증기를 내부 공정에 재사용하고, 찌꺼기는 고체로 만들어 별도 처리한다는 것이 골자다. 영풍 측은 올해가 무방류 혁신 투자와 주민 상생, 환경 혁신이 눈으로 확인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발표대로라면 중금속 오염수 배출 차단에 있어 진일보한 대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영풍제련소의 모기업인 ㈜영풍의 이강인 대표이사는 2일 신년사를 통해 이 같은 대책을 발표하면서 '신뢰' '자긍심' '주민 상생' 같은 낱말을 썼다. 그동안 영풍이 크고 작은 환경오염 사고 및 환경 관련 비리를 저지른 여파로, 제련소를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내부적 절박함의 발로라고 읽힌다. 우리는 국내 재계 서열 20위인 영풍그룹이 여론 비난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허튼 약속을 내놓았으리라 보지 않는다. 무방류 공정 구축에 300억원을 투자했으며 매년 30억원의 유지비를 쓰겠다고 밝힌 점을 볼 때 구체성이 있는 대책이라고 판단된다.

그렇다고 해서 영풍제련소에서 비롯된 중금속 오염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섣불리 믿을 수도 없다. 제련소의 무방류 공정 적용의 해외 사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서는 실효를 거둔 전례가 없기에 그렇다. 제련소의 폐수를 한 방울도 외부로 흘려보내지 않는 것은 난제 중 난제다. 영풍은 앞으로 행정 당국은 물론이고 전문가, 시민사회로부터 무방류 공정 도입과 관련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영풍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남는다. 영풍 측의 의지만 있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영풍제련소는 업체와 결탁해 대기오염물질 수치를 조작하다가 임원이 징역형을 받는 등 부도덕한 기업 낙인이 찍혀 있다. 여론이 악화되고 폐수 무단 배출에 따른 조업정지 20일 행정처분을 받는 등 막다른 길에 몰리니 그제서야 방법을 찾아나선 것 아닌가.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영풍의 무방류 공정 도입을 환영한다. 만약 이 조치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배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영풍은 공장 폐쇄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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