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미시는 편향성 논란이 아닌 상식적 행정에 충실하라

입력 2020-01-03 06:30:00

"우리 이천만 동포에게 허위와 같은 진충갈력(盡忠竭力) 용맹의 기상이 었었던들 오늘과 같은 국욕(國辱)을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본시 고관(高官)이란 제 몸만 알고 나라는 모르는 자가 많지만, 허위는 그렇지 않았다." 안중근 의사의 이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은 위선과 망발이 난무하는 오늘의 혼란한 시국 때문일까.

왕산 허위는 우리 독립운동사의 첫 장인 의병전쟁에서 우뚝 섰던 위인이다. 을미의병의 기치를 올렸고, 1900년대 고종 황제의 신임으로 관직에 있으면서도 개혁을 지향하고 항일운동을 멈추지 않았다. 왕산은 평생 구국충정과 항일투쟁으로 일관하다가 54세의 일기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왕산의 집안은 전체가 독립운동에 나섰다. 3대에 걸쳐 형제와 자녀 14명이 항일운동에 투신했다.

왕산의 고향인 구미(옛 선산)에 왕산허위기념관이 있고 기념사업회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구미시가 왕산허위기념관 사무국장에 왕산 명칭 지우기에 앞장선 퇴직 공무원을 임명해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까지 동장으로 근무하며 공원 광장과 누각 명칭을 '왕산'에서 '산동'으로 바꾸고 허위 선생 집안 독립운동가 14인 동상을 다른 곳에 설치하자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라고 한다.

왕산의 장손인 허경성 옹은 "관변단체들을 동원해 공원 명칭에서 왕산을 지우려던 사람을 기념관 사무국장으로 임명하는 데 강력히 반대했지만, 묵살됐다"고 하소연했다. 김교홍 왕산기념사업회 이사장 겸 기념관장도 "기념사업을 뜻대로 추진하지 못해 관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은 물론 기념사업회와 시민단체, 학계에서조차 반대하는 끊임없는 왕산 기념사업 흔들기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구미시는 구미공단 50주년 홍보 영상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제외했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잖아도 침체일로에 놓인 구미 경제 회생 전략에 머리를 맞대도 부족한 상황이다. 구미시가 편향성 논란이 아닌 상식적 행정으로 시민행복에 충실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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