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18세 학생 선거의 덫

입력 2020-01-03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법(法)의 한자를 풀면 물(水)과 간다(去)가 된다. 물처럼 흐르는 게 법이다. 물은 앞길을 막는 장애물을 만나면 둘러 가기도 하지만, 웅덩이나 파인 곳에 이르면 흐르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런 법이 사람과 만나면 고약한 존재가 되곤 한다.

대한민국 법의 역사를 잘 살펴보면 그렇다. 특히 근대적 의미에서 서양식 잣대의 법이 많이 들어온 시기로 볼 만한 일제강점기의 암흑기를 돌아보면 더욱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일제는 나라를 삼키기 전부터도 그랬지만 1910년 한국을 지배하면서 자고 나면 새로운 법을 발표할 만큼 온갖 법을 등장시켰다.

이유는 너무나 뻔했다. 새로운 법의 지배 틀을 밤낮으로 내놓은 까닭은 법에 낯선 한국인을 얽어매고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일제가 얼마나 많은 법을 만들었는지 당시 총독부 기관지(매일신보)는 '매일 비 오듯이 쏟아졌다'고 할 정도였다. 그들 멋대로 만든 법이니 한국인은 날마다 죄인으로 붙들려 갔다.

이런 아픈 역사적 배경을 안고 출발한 많은 오늘날의 법이기에 그때처럼 지금도 힘이 약하거나 가난한 사람 편이 아닌 때가 일쑤였다. '돈 없으면 유죄요, 돈 있으면 무죄'인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서글픈 유행어가 없어지지 않고 생명력을 잇는 까닭이다.

지난달 27일 국회의 선거법 개정으로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만 18세가 되는 50여만 명이 첫 투표의 행운을 누린다. 종전 19세의 선거 연령이 낮춰져서다. 고교 3학년도 5만 명쯤으로 추정되는데, 자칫 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거법은 전문가도 헷갈릴 정도로 복잡해 자칫 학교 안팎에서 잘못 말하거나 행동했다가 낭패를 당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나라 법 적용의 악명도 감안하면 미리 경계해야 한다. 18세로 투표 나이를 낮춘 것을 마냥 반길 수만 없게 됐다. 생애 첫 선거 투표, 잘 대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는 어느 때보다 여야 경쟁이 치열해 이들 18세 젊은 새로운 유권자 포석을 위한 유혹도 커질 것이다. 그렇더라도 여야 모두 이들 18세 학생 유권자들을 전과자로 모는 짓은 말아야 한다. 18세 첫 유권자 역시 덫에 걸려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현실을 몸소 체험하는 모험은 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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