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서대구 KTX역, '주거·교통·쇼핑'의 역습

입력 2020-01-03 16:56:54 수정 2020-01-03 20:39:25

개발 소식에 세입자·상인들 “갈 곳 없어”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이현삼거리~매천대교 잇는 고가도로 빨라야 2024년 완공…“교통대란 우려”
서대구복합환승센터 걸음마도 못 떼…市 “설명회 통해 투자 의사 묻는 중”

서대구 KTX역 공사 현장. 서구청 제공
서대구 KTX역 공사 현장. 서구청 제공

2021년 서대구 KTX역(이하 서대구역) 완공 및 인근 역세권 개발을 두고 대구 서구를 중심으로 개발 호재에 들썩이고 있지만, 주거·교통·쇼핑 등 이른바 '3대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대구시의 야심찬 계획이 장밋빛 전망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벌써부터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세입자와 상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 우려에 전전긍긍하고 있고, 개발 이후 교통 흐름의 핵심이 될 이현삼거리~매천대교 고가도로 신설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한동안 일대 교통난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게다가 서대구복합환승센터 추진계획에 대해선 유통업체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사업자 구하기부터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일 찾은 대구 서구 이현동 서대구역 공사 현장 일대. 4분의 1가량 진행된 공정에 박차를 가하려는 듯 트럭과 인부가 수시로 드나들었다.

지난해 9월 대구시가 밝힌 '서대구 역세권 대개발 프로젝트'에 따르면 지역의 주요 거점으로 설정된 서대구는 이곳 KTX 역사를 중심으로 민관공동투자개발구역, 자력개발유도구역, 친환경정비구역으로 나뉘어 10년간 개발될 예정이다.

역사 착공 이전부터 이현동 땅값이 수십 배 올라 "지금이라도 땅을 사야 한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토지나 건물을 소유하지 못한 주민과 상인들은 개발 소식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였다.

평리동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A(43) 씨는 "개발이 진행될수록 임대료가 높아질 게 뻔하다"며 "이곳 근처는 월세 주고 장사하는 사람이 대부분인데 결국 세입자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할 것"이라고 한숨만 내쉬었다.

서대구역을 끼고 남북을 가로지르는 1.6㎞ 길이의 이현삼거리~매천대교 고가도로는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 투자심사위원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서 빨라야 2024년에나 완공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 때까지 심각한 교통대란이 우려되지만 대구시는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도로과 관계자는 "이현삼거리를 사거리로 만드는 해당 고가도로는 교통 흐름상 중요한 도로로, 애초 서대구역사 개통과 병행해 도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지만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조만간 다시 예비타당성 대상 사업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의 서대구복합환승센터 건설계획도 기업들의 시큰둥한 반응 탓에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대구지역 유통업계는 포화상태를 넘어선데다 롯데의 알파시티 추가 개점까지 예정돼 있는 상황이라 공장지역에 투자하겠다는 업체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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