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2020년 새해엔 행복을 누리세요

입력 2020-01-07 10:48:42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경자년 새해가 힘차게 시작됐다. 한 해 달력을 바꾸는 시점이 되면 우리는 지난해를 돌아보고 새해 계획을 세우는 일을 시작한다. 지나간 일에 후회와 자책이 따르고 앞날에 희망과 소망 품는 것을 매년 반복하는 것이다. 새해라는 말을 들으면, 새로운 시작, 새로운 결심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 해도 적어도 사흘은 새 삶을 산다.

각자가 새로운 시작을 위한 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이, 병원도 한 해 계획을 세운다. 넓게는 2020년 병원의 운영계획을 수립하고, 작게는 각 과의 운영계획을 짠다. 새로운 진료 분야와 특수 클리닉 개설을 고민하기도 하고, 노후 장비 교체를 신청하기도 한다. 각 과의 진료나 검사를 지원할 인력을 충원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2020년을 함께 일 할 전공의 선생님을 맞이하는 일이다. 필자가 속한 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배정은 각 년차마다 두 명이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소아청소년과에 관심이 있던 여러 지원자 중에서 시험과 면접을 통해 두명을 확정 지었다.

2019년 12월 말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선발 면접 심사에 참여했다. 그전부터 알고 있었던 선생님들이었지만, 면접장에서 무척 긴장해 보였다. 인턴 생활동안 힘들었던 점, 보람 있었던 일들. 그리고, 언제나 물어보는 소아청소년과 지원동기를 다른 심사위원님들께서 물어보았다. 필자는 '무슨 질문을 할까?' 고민하다가,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입니까?" 라고 물었다.

한 책에서 읽었다. 취업난에 시달리며 단군 이래로 부모보다 잘 살지 못하는 첫 세대인 90년대생에게 면접 때 '꿈이 뭐냐'고 묻는 질문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이런 질타를 무릅쓰고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질문에, 그 선생님도, 다른 면접관들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순간의 어색한 분위기에 솔직히 필자는 '괜한 질문을 했나?' 자책 아닌 자책을 했다. 잠시 뒤, 그 선생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일단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과정을 무사히 잘 마치고, 실력 있는 소아과 전문의가 되어 아픈 아이들을 치료해 주고 싶다'고, 그리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다'고 말이다. 그렇게 거창한 꿈은 아니지만,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모두가 그렇게 살고 싶지만, 쉽지 않은 바람이다. 나도 어떤 정답을 바라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도스토예프스키가 한 말이 있다. "인간이 불행한 것은 자기가 행복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지 그것뿐이다. 그것을 자각한 사람은 곧 행복해진다, 일순간에." 그는 제 2의 삶을 산 것으로 유명하다. 사회주의 운동에 가담했단 이유로 사형을 언도 받고, 집행 순간에 극적으로 중지됐다. 그리고 시베리아에서 4년동안 유배생활을 했다. 그는 어떤 역경에도 행복은 있게 마련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걸 발견할 줄 아느냐다. 링컨은 "사람은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하다" 라고 말했다. 여기서 행복은 그렇게 되고자 하는 의지의 문제가 된다.

올 한해 개인적으로, 내가 속한 사회, 더 나가서는 국가적으로 여러 어려움과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들만 보며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끼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소망과 희망이 있음을 늘 마음에 새긴다면 행복한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사람은 행복해지기로 마음먹은 만큼 행복해질 것이기에.

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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