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을 다양하고, 알차게'..대건고, 교육과정 재구성해 진학 실적 향상

입력 2020-01-06 06:30:00

기회균등전형 입학생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은 따로 챙겨

자율형사립고인 대구 대건고 전경. 학생 진로에 맞춰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재편, 꾸준히 운영하자 진학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대건고 제공
자율형사립고인 대구 대건고 전경. 학생 진로에 맞춰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재편, 꾸준히 운영하자 진학 실적도 좋아지고 있다. 대건고 제공

대구 대건고등학교(교장 이대희)가 준수한 진학 실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학교 구성원이 힘을 모아 교육과정을 재구성, 변화하는 대학입시 체제와 교육계 흐름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2020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자율형사립고인 대건고는 포스텍에 10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지난해에도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은 8명이 이 대학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영재고와 과학고에 필적하는 성과라는 게 대건고의 설명이다.

특히 대입 학생부종합전형에 강점을 보인다는 게 대건고의 자랑이다. 포스텍은 물론 서울대 의예와 치의예, 수의예를 비롯해 디지스트, 카이스트, 유니스트, 지스트 등 학생부종합전형으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을 대상으로 다수 합격자를 배출했다.

대건고가 처음부터 이같은 분위기였던 건 아니다. 이대희 교장과 박창영 교목 신부가 공감대를 형성, 학생과 교직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며 일찌감치 정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바꾼 덕분이다.

대건고는 우선 교육과정을 학생 진로별로 재구성했다. 고급수학과 고급물리 등 심화과목과 다양한 실험 수업을 개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탐구할 여건을 마련했다. 동아리활동을 장려, 소모임을 중심으로 함께 탐구할 장을 열어줬다. 그리고 이같은 활동은 학생부에 기록으로 남겼다. 수행평가도 확대, 교내 평가를 학생 활동 중심으로 바꿨다.

쉬운 길은 아니었다. 이렇게 바꾸는 것이 맞을지, 또 잘 해낼 수 있을지 등 우려도 적지 않았다. 수능 공부에만 집중하는 것이 학생, 교사 모두에게 몸이 더 편한 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변화를 시도했고,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포스텍에 진학한 전현욱 학생은 "3년 동안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후회 없이, 열심히 했다"며 "심화과목은 어려웠지만 새로운 걸 배우는 재미도 있었다. 지칠 때면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어 이겨낼 수 있었다"고 했다.

대건고 학생들이 축제 때 운동장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건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기회균등전형으로 입학한 뒤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꾸준히 지원한다. 대건고 제공
대건고 학생들이 축제 때 운동장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건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기회균등전형으로 입학한 뒤 꿈을 키워나갈 수 있게 꾸준히 지원한다. 대건고 제공

기회균등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을 잘 챙긴다는 것도 대건고의 장점이다. 이 전형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보호대상자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제도. 학기 중엔 대구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지만 방학 때는 대건고가 이들을 책임진다. 체험활동비, 특강비 등도 학교 측이 지원한다.

디딤돌 프로그램은 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정. 교목 신부가 중심이 돼 진로상담부와 연계,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진학 상담과 학습법 제시, 희망 전공에 따른 독서 지도, 학생부 관리와 자기소개서 작성 지도 등 꼼꼼하게 챙긴다.

이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 진학 실적도 만만치 않다. 2019학년도 대입에서 서울대·경찰대·성균관대·경희대 각 1명, 경북대 3명, 부산대 2명이 합격했다. 이들 9명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에 지원, 대학 문턱을 넘었다.

이대희 교장은 "교사들과 학생들의 노력, 학부모들의 지원 등이 삼위일체를 이룬 덕분에 이룬 성과"라며 "합격자 숫자보다 더 큰 의미가 있는 건 학교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우리 학교 학생부가 대외적으로 검증을 받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