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인가 투자인가…대구지검 MBI 무혐의 처분 '논란'

입력 2019-12-29 17: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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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대구 50여명 등 전국 2천여명 'MBI투자사기 사건' 고소장
고소인 "전산상 수치 불과한 가상화폐로 유혹" vs 검찰 "투자 권유한 것일 뿐"

지난 6월 MBI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찾았다. 연합뉴스 DB.
지난 6월 MBI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이 말레이시아 대사관을 찾았다. 연합뉴스 DB.

대구에 사는 A(49) 씨 등 4명은 지난 2월 MBI 매호동센터 센터장 B(56) 씨를 비롯해 대명동센터장과 황금동센터장을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해당 센터장들로부터 지난해 2월 10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모두 2억원을 사기당했다는 게 A씨 등의 주장이다.

A씨는 "엠페이스 광고권을 1구좌당 650만원에 구매하면 1년에 두 번 1.5배씩 증액되고, 나중에 미국 주식거래소인 나스닥에 상장돼 큰 수익을 얻게 된다는 말에 속았다"고 주장했다. 또 "엠페이스 계좌를 구매하면 GRC가상화폐 3천개를 받는데, B씨 등은 이 가상화폐를 실제 화폐처럼 쓸 수 있다고 장담했지만, 실상은 전산상의 수치였을 뿐이었다"고 했다.

지난 2013년부터 전국적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MBI가 올해 2월 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2천여명이 일제히 고소장을 내면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들이 주장하는 피해 금액은 400억원 정도이며, 현재 전국 각지의 검찰청에서 개별적으로 사건이 진행 중이다. 대구에서는 A씨를 포함한 50여명이 고소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소인 대다수는 50~60대 이상 고령층이고 은퇴자금이나 노후자금을 투자했다가 자금이 묶인 상황이다.

피해자 단체 관계자는 "국내 MBI 전체 회원이 5만명에 육박하고 투자금은 2조원에 달한다"며 "나머지 회원들은 '고소하면 투자했던 광고권 구좌가 동결된다'는 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지난 5일 대구지검이 MBI 대구센터장들에게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는 점이다. 투자를 권유한 것일 뿐 사기로 보기 어렵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앞서 국내에 처음으로 MBI 그룹을 소개했던 유모 씨와 김모 씨는 지난 2016년 사기와 방문판매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9월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MBI 국내 책임자들이 법적 책임을 받은 지 2년이 지난 사이 MBI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달라지면서 고소인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법적 판단 엇갈리는 MBI와 엠페이스 "사기냐 아니냐"

MBI. 2014년부터 600억원대 투자금을 모으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소셜네트워킹 기업이다. 창업자 테디 토우(Tedy Teow)는 페이스북을 본 따 중화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엠페이스'(Mface)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여전히 활동 중인 MBI투자센터들은 엠페이스에 광고할 수 있는 광고권을 판매한다면서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지금까지 MBI를 둘러싼 여러 재판이 열렸으나 그 가운데 가장 유의미한 판결은 2017년 9월 1일 국내에 처음으로 MBI 그룹을 소개했던 유모 씨와 김모 씨 1·2심 재판에서 나왔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두 번의 재판이 MBI에 사실상 사기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1심을 맡았던 재판부는 사기와 방문판매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들의 사업구조가 금융다단계 사기의 전형이라고 규정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MBI의 사업 형태는 후순위 투자자의 돈으로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고율의 수익을 지급해주다 신규 투자자 유입이 중단되면 수익 지급이 불가능해져 후순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발생시키는 전형적인 돌려막기식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MBI의 주장대로 GRC포인트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환전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신규 구매자가 끊임없이 유입돼야 하고, 만약 유입이 중단될 경우 환전이 어려워져 포인트에 투자한 돈을 모두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GRC포인트는 MBI가 부여하는 가상의 포인트일 뿐, 신규 광고권 판매 대금 외에 그 실질을 떠받치는 기초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고 이들이 지급해온 가상화폐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졌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의 사업구조가 금융다단계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업구조만으로 사기죄로 처벌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 씨 등이 투자자들에게 사업구조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거짓말로 투자자를 모집했다면 처벌이 가능하겠지만 이 경우 그렇진 않았다는 게 법원 설명이다.

광고권 구매자들에게 사업구조에 관한 MBI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하면서 손해발생의 가능성을 충분히 고지했고, 구매자들은 이를 알면서도 스스로 수익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 광고권을 구매한 것이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다만 법원은 이들의 방문판매법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다단계판매조직, 후원방문판매조직을 꾸리려면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 재판부는 "무등록상태인데다 방문판매법에서 금지한 거짓 또는 과장된 방법으로 방문판매를 해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판결은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 사기뿐만 아니라 방문판매법 위반도…대구지검 무혐의 처분 배경

수원지법 판결 이후 2년이 지나 다시 전국적으로 들끓고 있는 피해자들의 호소는 최근 대구지검이 대구센터장들에게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은 ▷투자를 유치해온 지역 센터장들이 나스닥 상장과 원금 손실 없다는 점을 장담해온 점 ▷이들이 준 GRC포인트가 올해 1월부터는 사실상 현금화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들어 MBI를 명백한 금융 사기라고 주장한다.

반면 고소를 당한 센터장들은 투자자들에게 나스닥 상장과 원금 보장을 약속한 적이 없고, 속도는 느리지만 지금도 포인트의 현금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한 센터장은 "중국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매매가 느려지고 한국 시장에서도 고소·고발 등으로 신규회원이 없다 보니 환전에 조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쟁점은 MBI가 지급하는 GRC포인트가 실질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와 이들이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다단계 판매 조직을 구축했는지 여부다. 그에 따라 사기와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전체 고소인 50여명 가운데 4명만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 무혐의 처분 내린 대구지검은 이들이 지급하는 GRC가 실질적인 가치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대구지검은 센터장들이 보유하고 있는 GRC포인트 개수가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들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고소인들의 주장대로 MBI 또는 엠페이스가 무용지물이라면 사기 피의자로 조사를 받았던 센터장들의 피해액이 고소인들보다 훨씬 크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또 피의자 중 한 명이 MFC클럽 사이트 계정 내에 있는 LR(쇼핑포인트)로 말레이시아 페낭에 있는 MBI쇼핑몰에서 금을 구매하고 호텔비를 지급한 사실도 이런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대구지검은 "사기와 관련해 대법원이 무죄판결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피의자들은 자신의 투자 수익 경험과 선투자한 지식을 바탕으로 수익을 얻을 것을 기대하고 자신들의 계정을 추가적으로 늘려갔고, 피해를 호소하는 고소인들에게도 투자를 권유한 것으로 보일 뿐, 돈을 가로채려는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대구지검은 또 사기 혐의뿐만 아니라 방문판매법 위반 혐의도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들이 체계적인 다단계 조직을 갖췄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상위 사업자들과 센터(클럽) 운영 및 영업에 관해 협의하고 지시를 받았다거나 휘하에 판매 조직을 두는 등 MBI 다단계판매조직의 개설, 관리, 운영에 기여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무혐의 사유를 밝혔다.

◆피해자들의 즉각 반발, 10일 강릉에서 또 다른 사법 판단 남아

대구지검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 고소인들은 즉각 대구고법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고소인들은 "GRC포인트는 말레이시아 현지에 있는 MBI 회사 내 쇼핑몰에서만 사용이 가능하고 국내에서는 사실상 거래 가치가 없는 무용지물"이라며 "GRC포인트가 이미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센터장들은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소인들은 강원도 지역에서 진행 중인 또 다른 고소 사건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이어진 고소·고발 사건 가운데 올해 7월 춘천지검 강릉지청이 강릉 MBI 회장을 사기와 방문판매법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기 때문이다.

춘천지검은 "MBI 본사 회장인 테디 토우가 지난해 5월 다단계 금융사기 혐의로 말레이시아 당국에 의해 기소됐다"며 "향후 MBI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피고인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이들에 대한 1심 선고는 새해 1월 10일 강릉지원에서 열린다.

※MBI와 엠페이스=2014년부터 600억원대 투자금을 모으면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말레이시아에 기반을 둔 소셜네트워킹 기업. 신규회원은 기존회원을 통해 MFC클럽(MFCCLUB.COM)에 가입한 후 본인 명의로 엠페이스 광고권 1구좌를 650만원에 사면 투자금의 60%에 해당하는 GRC포인트(M크레딧, 월렛, 달러, 가상화폐)를 받는다. GRC포인트는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그 가격이 상승만 하고 일정 가격에 이르면 포인트 수가 늘어나며 물건을 사거나 회원 혹은 본사에 매도해 현금화도 가능하다고 MBI 측은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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